[G20 서울 정상회의 D-1] 환율문제 입장차 감안 '유연한 합의' 추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두고 각국이 환율 문제에 큰 입장차를 드러냈다. 경상수지 관리를 위한 예시적 가이드라인 구축과 관련된 합의에 이르는 데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반면 금융규제 개혁 등 다른 의제들은 큰 이견없이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환율 문제 큰 입장차

9일 기획재정부와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에 따르면 G20 재무차관들은 지난 8일에 이어 이날도 환율 문제를 풀지 못했다. 20여명의 재무차관과 국제통화기금(IMF)등 국제금융기구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재개된 회의에서도 환율 가이드라인에 대한 입장차를 크게 좁히지 못했다. 김윤경 G20 준비위 대변인은 "차관들은 정상회의 선언문에 포함될 의제 가운데 금융규제 개혁 문제를 가장 먼저 다루었지만 곧 환율 문제로 논의가 넘어가 열띤 토론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재무차관들은 이날 회의에서 최근 아일랜드 등 일부 유럽 국가의 재정 위기에 이어 주요국의 환율 분쟁까지 터져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충분히 공감한 것이다.

그러나 경상수지의 과도한 흑자와 적자를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일부 국가들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표적으로 독일은 자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월등한 수출 경쟁력 때문이지 환율 조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규모 양적완화를 단행한 미국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경제사정 고려한 '유연한 합의'추진

한국은 G20 의장국으로서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경상수지 흑자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4% 이내에서 관리한다'는 기존 중재안의 큰 틀은 유지한 채 원유 생산국과 과다 흑자국의 경제 사정을 충분히 감안한 문구를 첨가,각국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달 G20 경주 재무장관회의 코뮈니케(공동선언)에서 명시한 '시장결정적 환율제도 이행'과 '경쟁적인 통화절하 자제'라는 기본 합의를 바탕으로 각국의 경제 사정을 고려한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골격을 만들자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주 재무장관회의에서 중국조차 과도한 경상수지를 막자는 데 반대하지 않을 정도로 회원국 간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서울 정상회의에서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의 골격은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차관회의와 별도로 시작된 셰르파(교섭대표)회의에서도 환율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10일 오후 2시부터는 재무차관 및 셰르파 합동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다른 의제들은 논의 순조로워

환율 외에 금융규제 개혁,국제금융기구 개혁,글로벌 금융안전망,금융 소외계층 포용 방안 등은 이견이나 논쟁이 거의 없었다. 환율 이외의 다른 의제들은 대부분 확정됐거나 거의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금융규제 개혁은 금융안정위원회(FSB)와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에서 마련한 방안이 그대로 서울 정상회의 선언문에 반영된다. 은행세 부문은 지난 6월 토론토 정상회의에서 각국의 사정에 맞게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결론이 난 만큼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별도로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FSB가 마련한 대형 금융기관(SIFI)에 대한 감독과 규제 강화안도 도입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칠 예정이다.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개발 이슈를 담은 '코리아 이니셔티브'는 이미 IMF 대출제도 개선과 개발 도상국을 위한 다년간 행동 계획 마련에 합의한 상태라 서울 정상회의에서 발표하는 것에 별다른 이견이 없다. 재무차관들은 지속 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해 각국이 제출한 정책 목표에 대한 종합 평가와 향후 행동 계획 등을 담은 '서울 액션플랜'의 최종 검토 작업도 문제없이 진행하고 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