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900선 안착 이후 고점을 높여가고 있지만 주식형 펀드의 환매 강도 역시 거세지고 있어 향후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주식형 펀드의 지수대별 추정 잔고를 감안할 경우 환매가 코스피지수 2000선 돌파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2334억원이 순유출됐다. 1213억원이 설정돼 신규 유입세도 만만치 않았지만 3547억원이 해지되며 자금 이탈세가 멈추지 않는 모습이다.

이달들어 1조1633억원이 빠져나가 벌써부터 전달 전체 순유출 규모인 1조6343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주식형 펀드의 환매는 지난 6개월 간 20조원이나 이뤄졌고, 특히 박스권 상단 돌파를 시도할 때마다 쏟아졌던 환매는 지수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근접해 가면서 더욱 큰 규모로 진행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 1880~1940선 잔고가 최대 규모여서 물량 소화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기간조정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주식형 펀드 투자자들의 잔고 분포를 시뮬레이션(가상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코스피지수 1880~1940선에 투자된 주식형 펀드의 잔고는 15조원으로 여러 지수대 가운데 최대 규모의 잔고로 추정됐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박스권 저항선 부근의 잔고가 12조원이었고, 매물 소화 시간이 4개월 정도 소요된 점을 고려하면 현 지수대에 대기하고 있는 주식형 펀드의 매물소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라고 말했다.

그는 "주식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변수가 우호적으로 변해 주식형 펀드의 환매가 줄지 않는다면 현 지수대를 기점으로 기간 조정 장세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코스피지수가 1940선을 넘어서더라도 또다른 매물벽이 존재한다는 점은 코스피지수 2000 돌파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