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훈의 현장속으로] 10번의 '지옥 테스트' 통과…유럽 수출길 뚫었다
지난 7월 초 영국 런던 외곽에 한국 젊은이 4명이 도착했다. 신도산업 황동욱 사장(34)과 팀장급들이다. 이들은 3개월 이상 기거하며 런던 근교에서 TRL이라는 기관으로부터 자사 제품인 쿠션탱크 시스템에 대한 혹독한 유럽 안전테스트를 받았다.

이 시스템은 주행 차로를 벗어난 차가 교각 등 도로 구조물과 충돌하기 전에 차량의 충격에너지를 흡수하는 장치다. 복원력이 우수한 특수 폴리에틸렌(PE)으로 만들어졌고 차량과 부딪치면 안으로 밀려들어가면서 충격을 줄여준다. 너비 80㎝,높이 1m에 길이가 최대 8m에 이른다. 10여세트를 준비해 컨테이너 2대에 실어 보낸 것은 지난 5월 중순.이들은 배편으로 운반돼 런던에 도착해 있었다.

도로교통 안전용품 업체인 파주의 신도산업은 신기술로 쿠션탱크 시스템을 개발한 뒤 특허를 획득하고 해외 시장을 개척 중이었다. 지난 3월 네덜란드 도로교통국제전시회에 출품,바이어들로부터 호평받았다. 부품 구조가 단순하고 설치와 유지 · 보수가 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상담에 들어가니 유럽 인증이 없다며 발주하지 않았다. 한국과 중국의 테스트에서 합격한 사실과 이미 중국 중동 동남아에 연간 100만달러어치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는 자료를 보여줘도 소용없었다. 곧바로 유럽 인증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테스트는 달리는 차량과 충돌한 뒤 운전자가 받는 충격 상태를 점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차량 속도는 시속 50㎞ 80㎞ 100㎞ 110㎞ 등 4단계로 총 10회에 걸쳐 실시됐다. 중간에 한 번이라도 기준치에 미달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게다가 110㎞로 질주하는 차량과의 충돌테스트는 국내에는 없는 항목이었다.

10월 초 마침내 합격 통보를 받았다. 한여름에 출국했던 이들은 주말도 없고 추석도 없이 땀흘린 끝에 10월 중순에야 귀국할 수 있었다.

황 사장은 "쿠션탱크 시스템의 유럽 안전테스트 통과는 아시아 업체로는 최초라고TRL 관계자가 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내 CE 인증을 받으면 이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더욱 적극 나서 앞으로 5년 내 연간 1000만달러어치 정도를 수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창업자인 부친 황용순 회장(62)이 국내 시장 개척에 힘을 쏟았다면 아들인 황 사장은 해외 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다. 1986년 창업한 신도산업은 도로교통 안전용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해 연간 약 4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