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소프트웨어(SW) 산업은 전략산업 중에서도 전략산업이다. SW 경쟁력이 없었다면 미국이 인터넷 혁명은 물론이고 지금의 스마트 혁명도 주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미국은 SW 산업에 보통 공을 들인 게 아니다. '귀족공학' '백인공학'이라고 할 만큼 SW 가치를 알고 가꾸어 왔다. 심지어 외국인들이 SW 분야로 유학을 와도 높은 영어 구사능력 등 까다로운 기준을 내세워 진입을 쉽게 허용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그렇게 60년간 키워서 미국은 SW 산업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뿌린 대로 거둔 것이다.

지금 국내 기업들은 SW 인력부족 때문에 아우성이다.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2009년 말 기준 산업기술인력 실태조사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SW 개발 및 공급업의 부족인원은 4152명.부족률은 6.1%였다. 조사의 한계를 감안하면 현실은 더 어렵다고 봐야 할 것이다.

SW 인력 부족이 처음 포착된 건 아니다. 2007년 말, 2008년 말에도 인력은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2010년 말 SW 인력의 부족은 더할지 모른다. 스마트폰 확산으로 대기업들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SW 인력을 싹쓸이하면서도 모자란다고 안달이고,중소기업들은 신규 채용은 고사하고 기존 인력마저 대기업에 뺏기고 있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인력부족 기업들 중 적정한 기술인력이 없어 충원을 못하고 있다는 곳이 반이나 된다는 것이다. 인력의 질(質) 문제는 더 풀기 어려운 과제다.

발등의 불이 떨어지자 기업들은 대학이 그동안 뭐했냐고 비난하고,대학은 기업들이 그동안 SW 인력을 정당하게 대우해 줬느냐고 맞받아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당장 급한 일부 대기업들은 대학과 계약 형태로 인력을 확보하려는 자구책을 강구하는가 하면 밖으로는 외국인력을 구하느라 바쁘다. 그러나 우수한 외국인력 확보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그 때문에 일각에서는 외국인 이민을 검토하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과연 우리가 원하는 인력들이 얼마나 한국으로 이민 올지도 의문이다.

우리나라가 소프트웨어개발촉진법을 제정한 때가 1987년이다. 이를 기점으로 하면 지금 우리는 지난 20여년간 잃어버린 세월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차라리 그동안 착실히 SW 인력을 양성하고, 제대로 대우하고, 또 산업을 키우는 환경 조성에 투자하는 편이 훨씬 나았다는 계산이 나올 법하다. 한마디로 인력정책의 대표적 실패사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SW 혁신을 물질적인 자본 집약적 활동이 아니라 창조적인 인력 집약적 활동으로 규정했다. 고도로 훈련된 인력수요는 SW 혁신의 이런 특성에 기인한다. 하지만 우리는 SW 분야별 세부적인 인력통계조차 뒤죽박죽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기술(IT) 서비스,임베디드 SW,패키지 SW,게임 SW 등 분야별 발전전략이 제대로 나올 리 만무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조업과의 융합을 위한 임베디드 SW가 유망하다는 주장들이 많지만,궁극적으로 SW산업을 키우자면 지금은 비록 선진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더라도 처음부터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개발 · 판매해야 하는 패키지 SW에 대한 도전이 불가피하다. 창조적인 인력은 튼튼한 기초에서 나온다. 정부는 단기대책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20~30년의 장기적인 비전과 SW 인력정책을 짜야 한다.

안현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