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회장을 지낸 이헌조 LG전자 고문(78 · 사진)이 한 학술연구단체에 사재 70억원을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0일 실학연구단체인 실시학사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올해 초 "실학 연구에 써 달라"며 이 단체에 현금 20억원과 50억원어치 주식 등 모두 70억원을 기부했다. 그는 "실학 연구와 관련된 분야라면 마음대로 써도 좋다"고 말했다고 실시학사 관계자는 전했다.

이 전 회장은 실시학사를 만든 한학의 대가 이우성 전 성균관대 교수(85)와 20여년 전부터 한시동호회인 '난사'에서 함께 활동하며 친분을 쌓아 왔으며 이 교수의 실학 연구에도 깊은 애정을 보여 왔다.

실시학사는 이 전 회장의 기부를 계기로 지난 9월 '재단법인 실시학사'를 설립해 연구 활동을 확대하고 연구 지원 사업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 전 회장은 기부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도록 실시학사쪽에 신신당부했으며 재단 설립 때도 이사장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끝까지 고사하다 마지못해 평이사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기부 사실은 실시학사 이사인 송재소 전 성균관대 교수가 다산연구소 사이트에 쓴 칼럼에 관련 내용을 언급하면서 뒤늦게 공개됐다.

송 전 교수는 "이 전 회장의 기부로 다산연구팀과 성호연구팀을 만드는 등 연구 지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며 "이 전 회장의 뜻을 기려 실학 연구가 활짝 꽃 피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