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서울 비즈니스 서밋] "환율전쟁 가능성 낮아…美 통화정책 종착지는 강한 달러"
G20 서울 정상회의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환율이다. 이번 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가이드라인 합의안 도출을 위해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지만 구속력있는 방안이 나오기는 힘들어 보인다.

윌리엄 데일리 JP모건체이스 총괄 부회장(62)은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환율전쟁은 지금까지도 일어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며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은 경기부양을 위한 일시적 조치이기 때문에 달러 가치는 결국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G20 비즈니스 서밋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클린턴 정부에서 상무장관을 지낸 데일리 부회장은 "세계 경제 질서를 둘러싼 게임의 룰 자체가 바뀌는 시점이기 때문에(통화정책이든 내수부양책이든) 각국이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해 다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 미 정상이 자유무역협정(FTA)에 합의할 경우 내년 미 의회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얼마 전 미국 중간선거가 있었습니다. 선거 이후 오바마 정부의 경제정책에 변화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이번 선거는 '웨이브(wave) 선거'라고 불렸던 만큼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공화당이 압승한) 선거 결과는 미국 경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어서 경기부양과 재정적자 해소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입니다. 양적완화 정책은 점진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든 미국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입니다. 일자리 증가,임금 상승,기업 실적 호조 등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투자를 위한 대기자금이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추가 양적완화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양적완화 목적이 경기부양인 만큼 목표 달성 이후에는 유동성 회수에 나설 것입니다. "

▼양적완화가 문제시되는 이유는 약(弱)달러와 그로 인해 빚어질 환율전쟁에 대한 우려가 높기 때문입니다.

"환율전쟁까지 가면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에도 불리하다는 점을 모두가 알고 있어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궁극적으로 모든 국가는 자국 통화의 강세를 원합니다. 미국 정부도 근본적인 목표는 강한 달러입니다. 지금의 약달러 정책은 유례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경제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지 정부가 지향하는 바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

▼약달러가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란 시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불균형은 지난 25년간 지속돼 온 딜레마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중국이 과연 수출 중심의 성장세를 지속해갈 수 있는가입니다. 장기적으로 중국이 경제구조를 강화하려면 소비 진작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세계 경제 질서를 둘러싼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불균형은 해소해야 할 문제입니다. "

▼한 · 미 FTA 타결이 임박했습니다. 중간선거 이후 공화당이 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하게 됐는데 내년 의회 비준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십니까.

"양국 정상이 합의에 성공하면 내년 의회 통과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클린턴 정부 때도 다수 정당이 바뀐 후 NAFTA의 의회 비준이 이루어졌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FTA가 미국 경제에 긍정적이란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하면 비준안이 내년 의회를 통과할 것입니다. "

▼한국 정부는 단기자금 유입을 규제할 움직임인데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 정부가 우려하는 부분은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외부 유동성이 대거 유입된다는 것은 그만큼 장기 투자처로 전망이 긍정적이란 의미이기도 합니다. 또 자산시장에서 적당한 버블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핫머니 규제는 필요하겠지만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경제구조를 해치는 것이어서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금융규제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과거와 같은 전성기를 누리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미국의 금융규제는 사실 대공황 이후 한번도 수정된 적이 없습니다. 글로벌 금융산업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미국 은행들은 재정 상태만 보면 오히려 위기 전보다 강해졌습니다. 다만 투자은행들은 규모가 큰 대형 은행들과 경쟁이 힘들어졌다는 점 등에서 과거와 같은 IB 비즈니스 모델보다는 전문 분야에 특화한 '부티크'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

▼한국의 금융산업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합니다. 조언을 해주신다면.

"한국 금융회사들도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으로 보입니다. 어느 부문에 방점을 두고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지 결정해야 하고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해야 합니다. 단기적인 우려를 피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전략을 택해서는 안 됩니다. 뛰기 전에 걸음마부터 하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습니다. 글로벌 경쟁력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

대담=문희수 논설위원 / 정리=강지연/사진=신경훈 기자 serew@hankyung.com

◆윌리엄 데일리 부회장은

시카고 출신 중도주의 경제 · 통상 전문가로 유명하다. 1993년 특별검사로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의 의회 승인을 얻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고,1997년부터 3년간 상무장관을 지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2004년 5월 JP모건체이스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보잉 이사,SBC커뮤니케이션스 사장 등을 거쳤다. 현재 JP모건체이스에서 부회장 겸 중서부지역 회장을 겸임하며,글로벌 전략과 대정부 관계 및 사회공헌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