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다스는 부자인데도 늘 재산을 탐했다. 주신(酒神) 디오니소스가 소원을 한 가지 들어주겠다고 하자 손에 닿는 것을 모두 금으로 변하게 해달라고 청했다. 소원은 이뤄졌으나 먹는 음식까지도 몽땅 금으로 변하는 게 아닌가. 나중엔 사랑하는 딸까지 황금으로 바뀌어 버렸다. 결국 미다스는 소원을 철회했다. '미다스의 손' 전설이다.

아무리 귀한 것이라도 욕심을 내면 화가 된다는 교훈이지만 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조금도 식지 않았다. 1532년 스페인의 탐험가 피사로가 대서양을 건너 잉카제국을 정복한 동기도 황금이었다. 이끌고 간 병사는 168명에 불과했지만 교묘한 계략으로 아타왈파 왕을 사로잡고 방을 가득 채울 금을 내놓으면 풀어주겠다고 했다. 무려 5t에 달하는 금 장식품을 모아 왔으나 피사로는 왕을 처형하고 말았다. 한때 1000만명의 인구를 자랑했던 태양의 제국은 이렇게 멸망했다.

1848년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아메리칸강 일대에서 금이 나온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골드 러시'가 시작됐다. 이듬해에는 유럽 중남미 중국 등지에서 10만여명이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했다. 일확천금한 사람도 있는 반면 패가망신한 경우도 적지않았다.

금을 직접 보관 · 교환하는 데 불편이 따르자 은행에 맡기고 대신 보관증을 유통시키게 됐다. 금 보유량에 맞춰 화폐를 발행하는 금본위제도의 출발이다. 1944년엔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금환본위제와 고정환율제를 통해 환율 안정,자유무역과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브레턴우즈 체제가 출범했다. 그러나 달러의 신용이 떨어지고 금 생산량이 실물경제 확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서 1971년 브레턴우즈 체제는 와해되고 관리통화제도가 도입됐다.

금융시장 불안과 달러화 약세로 금값이 치솟고 있다. 온스당 가격이 지난 9일 1424달러까지 올랐고 200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금펀드,금예금도 인기다. '금 열풍'이라 할 만하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환율전쟁을 막기 위해 새로운 금본위제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세상이 어수선할 때 금을 사재는 습성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투자대상으로서의 금은 까다롭고 위험하다. 미다스의 얘기에서 보듯 욕심이 과하면 금은 애물이 될 수도 있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