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 및 국제기구 대표 부인들은 11일 남편들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리셉션에 참석한 후 남산 자락에 위치한 리움미술관에서 별도의 만찬을 했다. 남편들이 업무만찬에서 환율 등의 이슈를 놓고 격론을 벌이는 동안 편안한 분위기에서 음악을 곁들여 식사하며 2시간 넘게 호젓한 시간을 보냈다.

만찬을 함께한 퍼스트레이디는 모두 13명.김윤옥 여사와 마르가리타 사발라 고메스 델 캄포(멕시코),에미네 에르도안(터키),로린 하퍼(캐나다),구르샤란 코르(인도),쩐타잉끼엠(베트남),아젭 메스핀(에티오피아),호칭(싱가포르),칼리스타 무타리카(말라위),게흐트위 반롬푀이(EU 상임의장),룰루 구리아(OECD 사무총장) 여사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부인 유순택 여사 등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제이컵 주마 대통령의 약혼녀(글로리아 봉기 응게마)가 참석했다.

퍼스트레이디들은 오후 7시30분께 리움에 도착,이건희 삼성 회장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의 영접을 받은 후 로비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만찬은 당일 방한한 배우자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양식으로 준비했다. 김 여사는 요리 전문가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몇 차례의 시식을 거쳐 직접 메뉴를 선정했다. 메인 요리로 한우안심 스테이크,게 요리와 금태 구이,유기농 두부 스테이크 등이 테이블에 올랐다. 김 여사는 환영사를 통해 "친한 친구와 오랜만에 만난 기분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이 자리를 즐기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환영사를 마치고 2008년산 프랑스 와인 '샤블리(Chablis)'로 건배를 제의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씨가 쇼팽 왈츠 모음곡,리스트 '메피스토 왈츠'1번 등을 연주했다. 퍼스트레이디들은 만찬 후 2층 고미술관에 들러 한국의 고대 국보급 유물들을 관람했다.

G20 준비위 관계자는 배우자 만찬 장소로 리움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 "만찬 직전 행사장인 국립중앙박물관과 거리가 가까워 이동이 편리하다"며 "편안하면서도 격조 있는 분위기가 나고 한국적 특색과 모던한 이미지를 동시에 갖췄다"고 설명했다. 12일 방문하는 창덕궁과 한국가구박물관의 컨셉트가 '전통'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점을 볼 때 '모던한 공간'을 중간에 적절히 배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배우자들은 12일엔 유네스코 세계유산 중 하나인 창덕궁을 방문, 후원에서 전통문화와 자연을 체험하고 한복 패션쇼를 관람할 예정이다. 창덕궁 내 긴 거리를 걸어서 이동해야 하는 점을 감안, 친환경 전기차도 마련했다. 이어 한국가구박물관으로 이동,전통가옥과 2000여점의 전통 목가구 등을 관람하고 한식으로 마련된 오찬을 함께한다.

오찬이 끝나는 오후 1시30분부터는 취향에 따라 개별 쇼핑이나 관광에 나설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하퍼 여사는 퓨전 타악 공연인 난타를 관람하고 반롬푀이 여사는 비무장지대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옥 여사는 직접 펴낸 한국음식 영문 소개 책자인 '김윤옥의 한식 이야기'를 배우자들에게 선물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