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서비스나 상품을 소비하려는 욕구는 더 이상 특정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팀이 실시한 소비자 조사 결과 피부 및 성형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는 응답자는 19.2%에 지나지 않았고,기회가 된다면 성형수술을 하고 싶다는 소비자가 절반에 육박했다. 이성 친구나 배우자,가족의 성형수술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9.7%에 불과했다.

이렇게 본다면 뷰티산업의 미래는 밝다. 하지만 그게 다일까. 산업전망이 밝다고 해서 그 분야의 기업과 가게들이 다 성공할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다. 수많은 기업인과 자영업자들이 "이만하면 좋은데,정말 좋은데~"하면서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지만 대다수가 실패한다. 소비자를 몰라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소비자와 시장의 흐름을 읽는 것"이라고 말한다.

김 교수팀이 조사한 결과 뷰티시장의 소비자들은 연령,직업,성별,결혼 여부 등 소비자를 나누던 기존의 기준이 무색할 정도로 세분화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기 나름의 관심과 목적에 따라 다양한 유형으로 외모 관리를 하고 있는 것.머리카락만 해도 30~40대 남성은 탈모가 가장 큰 걱정이고 20대 남성에겐 곱슬 · 반곱슬이 문제다. 20대 여성은 푸석푸석한 머릿결을,30대 여성은 탈모를,40대 여성은 흰머리 · 새치를 고민한다.

따라서 각 소비집단별로 미세한 차이를 어떻게 파악하고 포지셔닝하느냐에 따라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가 판가름난다. 외모 관리의 동기와 목적,방법,기대하는 속성 또는 결과물,실제 비용과 예상 의향 비용과의 차이 등을 면밀하게 조사해 그에 맞게 수요를 예측해야 한다는 얘기다.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는 그래서 나온 책이다. 국내 최대의 소비자 패널을 확보하고 있는 소비자 조사콘텐츠 기업 트렌드모니터(대표 최인수)가 2008년부터 3년 동안 10억원을 투입,이동통신 · 휴대용 디지털기기 · 스포츠 · 여가생활 · 건강관리 · 유통채널 · 착한소비 등 17개 분야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200차례의 조사 결과를 담았다.

전문리서치 그룹 엠브레인의 패널 58만명이 설문조사에 참여했고,김난도 교수와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팀이 데이터를 분석해 현재의 시장상황과 미래시장을 풀이 · 예측했다. 최종 데이터는 올컬러 그래픽으로 정리했다. 구체적인 시장조사 데이터 확보는 물론 신사업 구상과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에도 요긴하다.

커피산업의 조사 결과를 보자.국내 커피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진단과 달리 커피 전문점 주요 5개사의 매출은 같은 기간 2600억원에서 4500억원으로 73% 이상 급증했다. 소비자의 절대다수(86.4%)가 커피 전문점의 커피값이 원가에 비해 비싸다고 생각하는데도 이용률이 느는 까닭은 뭘까. 조사 결과 사람들은 가까운 친구들과 주로 커피 전문점에서 만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 방문하는 경우는 14.0%에 불과한 반면 친구(44.0%)나 직장동료(17.0%) 연인(17.1%)과 함께 간다는 것.커피 전문점을 자주 이용하는 이유로는 맛(29.4%)이나 메뉴 구성(9.3%)보다는 거리가 가깝다는 접근성을 꼽은 사람이 34.6%로 더 많았다. 따라서 커피 전문점은 커피 맛 자체보다는 사회적 관계의 장소로서 선호되고 있으므로 커피 제품 자체의 품질 향상뿐만 아니라 커피를 마시는 상황까지 고려한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아이패드와 넷북(미니 노트북),전자책 단말기 가운데 소바지들이 선호하는 것은 단연 아이패드였다. 51.8%가 아이패드를 선호했고,넷북은 45.3%,전자책 단말기는 2.9%에 그쳤다. 아이패드 국내 시판 이후 전자책 단말기가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임은 물론이다. 이들 세 가지 제품 중 두 가지를 구입할 경우 10명 중 8명은 '아이패드+넷북'을 선택했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경우 가까운 관계에서는 SMS(단문 메시지 서비스)나 메신저,미니홈피 등 좀 더 개인화되고 서로 식별이 가능한 매체를 활용하는 반면 관심사로 맺어진 관계에서는 카페와 블로그를,직접 관련이 없는 유명인과의 소통은 트위터나 미투데이를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트위터 이용자의 52.2%,미투데이 이용자의 45.5%는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어 트위터 성공의 열쇠는 스마트폰이 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책에는 이 밖에도 휴대폰의 패러다임 변화,경차와 에코차,미디어,스포츠,여가생활,건강관리,샐러던트,자녀교육,자산관리,베이비부머,유통채널,착한소비,행복한소비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소비 트렌드 변화가 담겨 있다. 저자들은 서문에서 "다양한 소통 수단을 통해 소비자들이 시장에 직접 영향을 주는 혁명적 변화의 시대에 소비자 조사에 근거한 사실들은 경영 및 마케팅의 미래를 준비하는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