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친구 5억명 얻고 '절친'을 잃다
글로벌 인맥 네트워크 사이트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제시 아이젠버그 분)는 최연소 억만장자가 되지만 '나홀로' 남겨진다. 떠나버린 옛 애인의 사진을 페이스북 사이트에서 클릭하며 그리움을 달랠 뿐이다.

공동 창업자 왈도 세브린(앤드루 가필드 분)으로부터는 경영권을 탈취한 혐의로 제소됐다. 하버드대의 다른 동료들은 아이디어를 도용한 혐의로 그를 고소했다. 이른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혁명으로 5억명의 '친구'가 생긴 순간,진짜 친구들은 적이 되고 말았다. 자신이 소셜 네트워크로부터 소외되는 아이러니에 봉착한 것이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돈의 정체를 잘 보여준다. 가까운 사람들을 갈라놓고 싸우게 만드는 괴물인 돈.

이 영화는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페이스북을 창업해 억만장자가 된 주커버그의 실화를 담은 작품이다. 5000만달러로 만든 이 영화는 지난달 초 미국에서 개봉된 후 12일 현재 전 세계에서 1억5000만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리고 있다. 작품성과 흥행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비결은 '페이스북'의 성공을 둘러싼 하버드대생들의 우정과 배신,갈등을 비즈니스 전쟁의 축소판처럼 펼쳐냈기 때문이다.

2003년 하버드대의 컴퓨터 천재 주커버그가 여자친구에게 절교를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화가 난 그는 블로그에 그녀의 '뽕브라'를 비꼬는 글을 올린다. 또 여대생의 신상정보를 해킹해 남자들이 점수를 매기도록 하는 사이트를 만들어 폭발적인 접속률을 기록한다. 그의 가능성을 지켜본 윈클보스 형제는 하버드대의 선남선녀들만 교류할 수 있는 '커넥션 사이트'를 제작을 제안한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그는 친구 세브린을 동업자로 선택해 사이트를 오픈한다.

이 영화에서 주요 인물들을 움직이는 동인은 충족되지 않은 욕망이며 인간 관계의 실패다. 주커버그는 옛 애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여대생 신상정보 사이트를 만든다. 또 그녀에게 멋지게 보이기 위해 밤을 새워가며 페이스북을 개발한다. 공동창업자 세브린이 소송을 건 이유는 주커버그의 간계로 경영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이런 플롯은 인생과 비즈니스의 성공과 실패가 모두 소셜 네트워크와 깊이 관련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8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