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1일 북한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및 호전적 행동의 중단 등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북핵 문제 및 천안함 사태 대응 과정에서 한 · 미 양국이 유지해 온 긴밀한 공조 체제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 문제에 대해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를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북한 진정성 보여야"

두 정상은 북핵 문제와 한 · 미 동맹에 대해선 완벽하게 일치된 견해를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우선 "현재 한 · 미 동맹이 어느 때보다 공고한 상태에 있다는 데 오바마 대통령과 인식을 같이하고 이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도 "미국의 한국에 대한 안보 의지는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천안함 사태에 대해 두 정상은 북한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한 · 미 양국은) 북한이 천안함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실질적인 남북관계 발전에 출발점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은 한국의 우려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하고 호전적인 행동을 중단해야 하며 핵무기 프로그램 제거라는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6자회담 재개 문제에 두 정상은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 · 중 · 일 정상들이 합의했던 '회담을 위한 회담은 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재확인했다. 비핵화에 대해 북한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야 6자회담 재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번영을 위해 필수 요건"이라며 "이를 위해 6자회담 참가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도발적인 행동을 한다면 세계 사회에서 계속 고립될 것이고 북한 주민들에겐 고통을 줄 것"이라며 "북한이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가 보이면 다시 협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북한의 태도 변화 땐 대폭 지원을 약속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가 원하는 북한의 선택은 우리와 했던 약속을 지키고 비핵화를 향해 되돌릴 수 없는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그 길을 선택한다면 미국은 경제적 지원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일 때 대폭 지원을 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한국이 더 주도적 역할 담당"

두 정상은 G20 정상회의의 역할에 대해서도 인식을 같이했다. 이 대통령은 "G20 서울 정상회의가 향후 세계 경제의 지속 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해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마련하는 등 주요 의제에 있어서 실질적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키로 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이 G20 정상회의를 개최함으로써)이 대통령이 말하는 글로벌 코리아가 될 것이고 세계에서 한국이 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