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상장한 중국기업 중 대장주라 할 수 있는 중국원양자원이 유상증자 공시 번복과 명의신탁 의혹 등으로 인해 기관 투자자들의 버림을 받는 모습이다. 유상증자는 취소됐고, 명의신탁 의혹도 회사의 해명이 있었지만 이미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원양자원, 개인 매수로 닷새만에 반등

11일 중국원양자원은 전날보다 350원(3.98%) 오른 9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사흘 간 두 번의 하한가를 포함, 약 33%의 하락률을 보였으나 개인 투자자들의 저가매수세 덕분에 닷새만에 반등에 성공한 것.

기관 투자자들은 전일 하루에만 312만여주의 매물을 쏟아내는 등 최근 나흘간 400만주 가량 순매도했고, 외국인도 사흘 연속 '팔자'에 나서며 매도에 동참하고 있다. 반면, 개인은 전날 하루 400만주 넘게 '사자' 우위를 보이는 등 기관과 외국인의 매물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다. 이날도 기관 '매도'ㆍ개인 '매수'의 패턴이 이어졌다.

중국원양자원은 최근 시장과의 '교감' 없이 유상증자를 추진하다가 주가가 급락하고 투자자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이를 즉각 철회했다.

실소유주가 최대주주인 추재신씨가 아닌, 장화리 대표이사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상장 이후 장화리 대표는 추재신씨와 신탁성명(declaration of trust)을 체결했고, 현재 실질적 지배자는 장화리 대표다"고 회사측은 해명했다. 실제 최대주주도 장회리 대표로 변경했다.

또 "상장 당시에 명의신탁 계약을 체결한 바 없다"며 일부에서 제기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나 회사 경영에 변동을 줄 수 있는 사항은 절대 없다"고도 했다.

◆"증자 번복한 게 더 문제"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인 만큼, 주가 급락을 매수 기회로 삼으라고 말한다. 메리츠증권은 전일 중국원양자원에 대한 보고서에서 증자 계획은 철회됐고 문제가 된 소통 부분도 회사가 개선을 약속한 만큼, 저가 매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명의신탁 문제와 관련해 실제 이면계약이 있었다 해도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금융감독 당국이) 취할수 있는 조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단기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져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올해 연간 예상 순이익이 900억원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7.5배에 불과하다. 시장 평균이 10배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25% 가량 디스카운트(할인) 상태다.

하지만 대다수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펀드에서 중국 주식을 모두 팔았다. 앞으로도 당분간 편입하지 않을 생각이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원양자원에 대한 '강력매수' 투자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커버리지에서 이 종목을 빼는 것도 감안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들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특히 유상증자 철회 부분이다. 돌연 유상증자 계획을 밝혀 당황하게 만들더니 주가가 급락하자 이를 철회,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회사가 스스로 증자의 필요성을 부인한 셈이라는 얘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런 식이라면 '주가가 좋을 때 한번 해먹으려 했다'는 말이 나올수 있다"며 "이번에 증자는 무산됐지만, 증자 리스크는 아직도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커버리지 제외를 고려중이라는 애널리스트도 "명의신탁 관련한 내용은 당사자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기 힘들지만 그리 큰 리스크는 아니라고 본다"며 "하지만 증자 철회는 문제다. 증자 때문에 주가가 하락했다 해도 그 당위성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증자 철회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