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민영방송 사업자들이 증시에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시장에선 인지도가 낮은 지역 방송이 장기 경쟁력을 키우려는 목적이 크다고 보고 있다. 종합편성 채널 사업자 선정 이후 방송시장이 급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 민영방송사인 대구방송은 오는 29일 코스닥시장에 진출한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이 회사가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은 약 512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매출액(316억원) 보다 200억원 가량이 많은 규모다.

그러나 대구방송이 기업공개(IPO)를 거치며 공모할 예상자금은 많아야 95억원에 불과한 수준.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IPO를 통해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라기 보다 상장 그 자체에 무게를 더 두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대구방송도 이같은 해석을 부인하지 않았다. 대구방송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종편 사업자 추가나 민영 미디어렙 도입 등 방송업계가 이른 시일에 급변할 것으로 판단돼 상장을 추진하게 됐다"며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유보자금도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일 증시에 진출한 부산·경남지역 민영방송사 케이엔엔도 비슷한 상황이다.

케이엔엔은 공모자금 115억원(발행비용 제외)을 디지털방송 등에 대한 시설 투자와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 중 운영자금 25억원에 대해서는 '필요할 때 사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두 방송사는 결국 상장을 통해 방송 인지도를 높이는 동시에 광고 수주를 늘려나가 프로그램 판매 및 공연 사업 확장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지역 민영방송사들이 단기간에 성장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방송사의 광고수익은 전체 매출비중 중 65% 이상을 차지하지만 방송시장의 판도가 변하면서 광고 수주 경쟁이 치열해 질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광고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 성장가능성이 제한돼 있는 곳"이라며 "종편사업자가 추가적으로 선정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광고를 내보낼 창구가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광고 수주 경쟁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되면 시청률이 잘 나오는 프로그램과 아닌 프로그램을 묶어 광고를 수주하는 '끼워팔기'가 불가능해진다는 점 지역 민영방송사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아직 종편이나 민영 미디어렙과 관련해 확정된 내용이 없어 이들 기업의 성장성을 판단하기란 어렵다"면서도 "결국 우량한 콘텐츠를 만드는 게 답이지만 쉽지는 않은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