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서울 정상회의 결과물인 '서울선언'은 지금까지 나온 G20의 공동선언 가운데 가장 알찬 내용을 담은 것으로 평가된다. '전쟁'으로 표현되는 환율 갈등을 효과적으로 풀 수 있는 방안을 비롯해 그동안 논의됐던 의제 대부분의 실행 방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선언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환율전쟁을 치르는 각 나라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 알맹이 없는 선언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의장국인 한국은 이런 이해관계를 잘 조정해 내실 있는 서울선언을 이끌어냄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인정받게 됐다.


◆세계 각국,환율 문제로 대립하다

지난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는 서울 회의를 준비하는 성격이 강했다. 금융규제 개혁과 국제통화기금(IMF) 쿼터 이전 등을 서울에서 마무리짓기로 합의하면서 막을 내렸다. 이후 서울 회의에 대한 기대감은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지난달 초부터 상황이 긴박해졌다. 가장 큰 이유는 위안화 절상 문제를 중심으로 벌어진 미국과 중국 간 환율 갈등 때문이었다. 막대한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미국은 위안화를 인위적으로 저평가시키고 있다며 연일 중국을 압박했다. 중국은 달러화를 푸는 양적완화를 단행한 미국의 잘못이 더 크다고 맞섰다.

◆환율 가이드라인에 발목 잡히다

지난달 경주 재무장관회의에서 미국의 경상수지 목표제는 강한 반대에 부딪쳤다. 환율 전쟁에서 미국의 우방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들도 '현실성이 없다'며 등을 돌렸다. 그러나 G20은 균형 있는 경상수지라는 목표에는 공감했고,환율과 관련된 대원칙에 합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또 다른 숙제로 떠오른 것은 경상수지 관리를 위해 만들기로 한 '예시적인 가이드라인'이었다. 각국의 사정을 반영키로 한 이 가이드라인에 환율과 관련된 내용을 어떻게 담을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위기 넘어 환율 대원칙 찾다

지난 8일부터 열린 재무차관회의는 그야말로 치열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지난 3일 미국이 6000억달러 규모의 2차 양적완화 조치를 발표하면서 환율 논란이 또 다시 가열됐기 때문이다.

한국의 중재 노력은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0일부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등과 양자회담을 갖고 환율 문제를 중재했다. 이와 별도로 미 · 중 정상도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 만났으나 오히려 간극만 키운 채 헤어졌다. 결국 이 대통령이 중재안을 내놓았고 경상수지 관리 수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미국은 한발 물러서 내년까지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쪽으로 양보했다. 또 중국 등 신흥국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자본 유출입 규제도 제한된 요건을 전제로 허용키로 했다. 5개월간 끌어온 환율 분쟁 해결에 일대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한국,세계경제 룰 메이커로 자리잡다

'G20 중소기업 자금지원 경진대회' 참석차 지난 9일 서울에 온 네덜란드 금융컨설팅사 트레피(TREFI)의 롭 그림버그 회장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개도국과 선진국 간의 균형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해 개발 아젠다를 제시한 이 대통령의 리더십이 돋보였다"며 "한국이 대규모 국제행사를 아주 매끄럽게 진행했다"고 평가했다.

G20 서울 정상회의와 비즈니스 서밋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에 온 외신기자는 2000명이 넘었다. 이들이 타전한 수천여개의 기사는 세계 각국의 방송과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 한가운데 서울이 자리잡고 있었다. 폭력 및 유혈 시위가 없는 '성숙된' 시민의식도 전 세계에 알렸다. G20 서울 정상회의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로 업그레이드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경제적 효과도 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G20 서울 개최로 쏘나타 자동차 100만대,30만t급 초대형 유조선 165척을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 21조~24조원의 성과를 낼 것으로 추정했다.

장진모/서욱진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