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12일 프랑스가 보관 중인 외규장각 도서를 5년 단위 대여갱신 방식으로 사실상 한국에 돌려주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 296권이 144년 만에 우리나라에 돌아오게 됐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합의문을 채택했다고 외교통상부 당국자가 전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한국과 프랑스 두 나라 간에 남아 있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며 "외규장각 문서는 국내법 절차에 따라 5년마다 갱신대여 방식으로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 간에 어려운 문제가 풀리게 된 데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실질적인 반환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합의사실을 전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문화유산이 어디에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한국에 외규장각 도서가 정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이렇게 되면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도 굉장히 좋은 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정상의 이 같은 합의에 따라 조만간 외규장각 도서의 대여 시기와 비용,보관장소 등에 대해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이 후속협의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규장각 도서는 일괄대여 형식으로 우리 측에 이관되며 5년마다 사실상 자동갱신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정상 간 합의는 정치적 합의 성격인 만큼 외규장각 도서가 실질적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도서대여 이행 방식을 행정부 차원에서 공식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관련 절차를 조속한 시일 내에 밟고 후속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후속협의에 따르는 절차와 시간 등을 감안할 때 올해 안으로 도서를 반환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프랑스는 국내법상 문화재 반출에 영구대여라는 표현을 쓸 수가 없어 5년 단위 갱신이라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며 "내용상으로는 영구대여이며 정부로서는 사실상 반환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화계 일각에서는 "왜 약탈된 문화재를 정당하게 돌려받지 못하느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대여갱신 반환방식을 놓고 논란이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