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서울 정상회의 첫날이었던 11일 아침 이명박 대통령에게 짧은 보고가 올라왔다. G20 재무차관들과 셰르파(교섭대표)들이 전날 밤 12시를 넘어서까지 회의를 했지만 핵심 쟁점인 환율과 경상수지에 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G20 서울선언이 나오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8일 시작된 재무차관 회의와 셰르파 회의를 통해 다른 의제에 대해서는 90% 이상의 합의를 이뤘지만 환율과 경상수지에 관한 논의는 헛바퀴만 돌았다. 11일 새벽 끝난 재무차관 · 셰르파 회의는 합의는커녕 다음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끝났다. 미국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국이 흑자 폭을 줄이고 환율을 경제 펀더멘털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중국 독일 브라질 등은 미국의 양적완화가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을 높였다고 맞섰다.

평행선을 달리던 논의는 11일 오후 6시 시작된 정상 환영 리셉션에서부터 가닥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각국 정상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환율과 경상수지를 포함한 의제 전반에 대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후 정상들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고,이 대통령은 업무만찬 끝 무렵인 밤 9시30분께 "오늘 밤에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셰르파(교섭대표)들을 불러 타임라인에 대해 합의하도록 시키자"고 다시 한번 요청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의 폐막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매우 성공적인 회의였다"고 평가한 것도 이 대목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해 각국 정상들이 이 대통령의 제안에 동의함에 따라 각국 재무차관 · 셰르파들은 추가 논의에 들어갔다. 만찬에 이어 밤 10시30분부터 열린 재무차관 · 셰르파 회의는 전날보다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차관 · 셰르파들은 12일 새벽 3시까지 토론을 벌인 끝에 환율과 경상수지 문제를 포함한 서울선언 초안을 완성했다. 이날 아침 정상회의 첫 세션이 시작되기 전 다시 한번 만나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수정했다.

정상들은 오전 9시 시작된 '세계경제 및 프레임워크' 세션에서 몇몇 민감한 표현에 대해 추가로 논의를 벌여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

유승호/장진모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