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우존스) "재무장관 회담에 비해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로이터통신) "19 대 1로 미국이 포위공격을 받은 회의였다. "(신화통신)

이틀간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대해 외신들은 대부분 냉랭한 평가를 내놓았다. 주요 외신들은 '선언문'이 발표되기 훨씬 전인 이날 오전부터 핵심 쟁점인 환율과 무역불균형 문제에 대해 G20정상들이 의미있는 합의 도출에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앞다퉈 타전했다.

일부 외신들은 '미국의 몰락과 중국의 부상'에 주목하면서 "이번 회의를 통해 중국이 확실한 2대 강대국(G2)으로 자리를 잡았다"고도 평가했다.

◆"정치적 대립이 글로벌 성장 저해"

로이터통신은 "전날 새벽 3시까지 가는 진통 끝에 정상회담의 합의문을 작성하기는 했지만 지난달 재무장관 회담의 합의에 비해 큰 진전은 없었다"며 "세부사항에 대한 합의를 내년으로 연기하는 등 냉각기를 가지려는 의도가 역력했다"고 평가했다. 다우존스도 이날 "G20 서울 정상회담이 환율과 무역불균형 문제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고 전하면서 "미국 중국 독일 등 주요국들의 정치적 견해 차이가 합의 실패의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G20정상들이 글로벌 불균형에 대한 그들의 견해 차이를 얼버무린 모호한 선언문을 내놓았다"며 "G20지도자들은 글로벌 불균형을 줄이기 위한 목표나 일정표조차 합의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오히려 G20국가들의 정치적 대립이 글로벌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는 지경까지 이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합의실패의 원인을 미국 탓으로 돌렸다. 신화통신은 '19 대 1에 둘러싸인 미국'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미국의 이기적인 정책으로 G20국가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이 통신은 중국은 앞으로 환율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은 세상 사람들에게 비난받아 마땅한 큰 죄인 2차 양적완화정책을 추진하고도 무역흑자국에 경상수지 규모를 제한하는 수치를 제시해 각국의 비난을 자초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몰락, 중국 부상

외신들은 이번 정상회담의 특징으로 미국의 몰락과 중국의 부상을 꼽았다. AP통신은 "일부 지도자들의 보호주의에 대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서울회의에서는 통화전쟁을 끝낼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미국이 권력의 한계를 노출했다"고 분석했다. 이 통신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정책을 옹호하다가 독일 브라질은 물론 영국으로부터도 공격 받았다"며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을 분명하게 보여준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미국이 계속해서 경기부양책에 의존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서구의 소비국가들은 재정적자를 줄임으로써 글로벌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우존스도 "이번 회의에서 G20정상들은 G2(미국과 중국)의 등장을 비공식적으로 승인하기 시작했다"며 중국의 위상에 주목했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G20정상들은 세계 경제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게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확실한 성과물로 기대했던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체결마저 실패함으로써 다시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됐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의 무역전략이 동맹국과의 불화로 강력한 저항에 부딪쳤다"며 "한 · 미FTA의 불발은 오바마에게 큰 좌절"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언론들은 "경상수지관리제는 이번 정상회의 의제가 아니다"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언급을 전하면서 독일이 미국과 경제전쟁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전날 열린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힌 뒤 "미국이 제안한 경상수지 관리제는 효과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