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서울 비즈니스서밋] "즐겁게 일하는 당신은 이미 성공 솔루션 가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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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브라벡 네슬레 회장
아이스크림 판매 즐기다보니 어느새 대표 자리 올라
파산 직전 회사라도 1등 전략에 맞는다면 무조건 M&A
아이스크림 판매 즐기다보니 어느새 대표 자리 올라
파산 직전 회사라도 1등 전략에 맞는다면 무조건 M&A
"아이스크림 파는 일을 즐겼을 뿐이다. "
아이스크림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세계 최대 식품회사 총수에까지 오른 피터 브라벡 네슬레 회장(66).그가 전하는 성공비결은 의외로 간단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이든 즐기기만 한다면 이미 남보다 5%는 앞서 있는 것이다. "
G20 서울 비즈니스 서밋 참석차 방한한 브라벡 회장을 지난 11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만났다.
◆"성공하려면 즐겨라"
푸근한 인상의 그는 백발이 성성했다. 오스트리아 태생으로,빈 경제경영대학을 졸업한 뒤 1968년 네슬레의 냉동식품 자회사인 핀두스(Findus)에 입사했다. 당시 24세,입사 초년병인 그가 맡은 일은 아이스크림 영업.본인 스스로를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는 성격'으로 표현하는 그는 "아이스크림 파는 일을 즐겼을 뿐 한번도 네슬레 회장이 되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큰 꿈을 꾸기보다 자신이 맡은 일에서 의미를 찾아내려 애썼다고 했다.
입사 2년 뒤 영업실력을 인정받아 칠레지사에서 근무하게 됐다. 당시만 해도 남미지역은 쿠데타 등으로 정정이 불안해 네슬레 직원들이 꺼렸던 곳이었다. 브라벡 회장은 칠레에서만 영업과 마케팅 담당자로 10여년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그는 "영업이 좀 더 즐거워졌을 때쯤엔 한 지역의 대표가 됐고,나중엔 한 국가를 담당하는 사람이 돼 있더라"고 말했다. 브라벡 회장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즐겁게 한다면 이미 성공의 솔루션을 가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슬레의 현지화 전략 주도
그에게도 어려운 시절은 있었다. 본사 부사장(1992년)을 거쳐 1997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르자 '구조조정'의 임무가 떨어졌다. 그는 수천 개에 달하는 제품들이 쏟아지는 식품 기업 특유의 폐단을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생산공정을 표준화하고 원재료 구매를 단일화했다. 소비자들이 세계 어디서나 동질의 초콜릿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그러던 어느 날,베네수엘라에서 "네슬레가 환영받지 못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과자의 주원료인 코코야자가 베네수엘라의 '국가적인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네슬레의 공장 설립 등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 것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자국 기업을 선호하면서 외국기업들에 투자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외국기업의 핸디캡을 현지화 전략으로 풀어갔다. 브랜드 전략을 통일해 네슬레에 대한 인지도는 높이는 대신 각 제품에 대해선 현지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도록 했다. 브라벡 회장은 "네슬레가 갖고 있는 브랜드가 8000개 있지만 현지인들이 네슬레 것인지 모를 정도가 됐다"고 설명했다.
◆네슬레 M&A 전략의 삼박자
네슬레는 1992년 생수업체인 '페리에'를 인수하면서 물사업에 뛰어들었다. "누가 물을 사먹겠느냐"는 시장의 수군거림에도 네슬레는 이후로도 10여개 생수회사를 인수 · 합병(M&A)했다. 브라벡 회장은 "기업 인수엔 세 가지 기준이 있다"며 네슬레의 전략을 소개했다.
일단 네슬레의 전략과 맞아떨어진다면 그 회사는 반드시 사야 한다. 예컨대 생수사업은 네슬레가 찾고 있던 '신사업' 중 하나였다. 페리에가 미국시장에 내놓은 생수에서 소량의 벤젠이 검출되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지만 당시 세계 생수시장에선 독보적인 존재였다. 네슬레는 파산 직전에 놓인 페리에를 27억달러에 사들였다. 생수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생수와 아이스크림 등 시장에서 1등이 되어야만 한다는 우리의 전략에 맞는다면 반드시 인수해야 한다는 것이 네슬레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피인수 회사가 '그만한 경제적 가치'가 있는지 여부△피인수 회사의 문화와 가치가 우리와 융합될 수 있는지 등이 M&A의 중요한 기준이 됐다.
2008년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뒤 네슬레 이사회를 이끌며 사회 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인 그는 한국 기업인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사회공헌 활동은 단순히 돈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며 반드시 기업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공장 하나를 설립할 때에도 해당 국가에 미칠 사회 · 경제적인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
한국 방문이 다섯 번째라는 그는 짧은 일정 중에도 설악산을 다녀왔다. "문명과 자연이 가까이 있는 설악산이 매우 아름다웠다"며 칭찬했다. 빡빡한 일정으로 인터뷰 시간이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질문을 던져대는 기자들에게 공들여 답하는 그의 모습에서 열정이 느껴졌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
아이스크림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세계 최대 식품회사 총수에까지 오른 피터 브라벡 네슬레 회장(66).그가 전하는 성공비결은 의외로 간단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이든 즐기기만 한다면 이미 남보다 5%는 앞서 있는 것이다. "
G20 서울 비즈니스 서밋 참석차 방한한 브라벡 회장을 지난 11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만났다.
◆"성공하려면 즐겨라"
푸근한 인상의 그는 백발이 성성했다. 오스트리아 태생으로,빈 경제경영대학을 졸업한 뒤 1968년 네슬레의 냉동식품 자회사인 핀두스(Findus)에 입사했다. 당시 24세,입사 초년병인 그가 맡은 일은 아이스크림 영업.본인 스스로를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는 성격'으로 표현하는 그는 "아이스크림 파는 일을 즐겼을 뿐 한번도 네슬레 회장이 되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큰 꿈을 꾸기보다 자신이 맡은 일에서 의미를 찾아내려 애썼다고 했다.
입사 2년 뒤 영업실력을 인정받아 칠레지사에서 근무하게 됐다. 당시만 해도 남미지역은 쿠데타 등으로 정정이 불안해 네슬레 직원들이 꺼렸던 곳이었다. 브라벡 회장은 칠레에서만 영업과 마케팅 담당자로 10여년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그는 "영업이 좀 더 즐거워졌을 때쯤엔 한 지역의 대표가 됐고,나중엔 한 국가를 담당하는 사람이 돼 있더라"고 말했다. 브라벡 회장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즐겁게 한다면 이미 성공의 솔루션을 가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슬레의 현지화 전략 주도
그에게도 어려운 시절은 있었다. 본사 부사장(1992년)을 거쳐 1997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르자 '구조조정'의 임무가 떨어졌다. 그는 수천 개에 달하는 제품들이 쏟아지는 식품 기업 특유의 폐단을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생산공정을 표준화하고 원재료 구매를 단일화했다. 소비자들이 세계 어디서나 동질의 초콜릿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그러던 어느 날,베네수엘라에서 "네슬레가 환영받지 못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과자의 주원료인 코코야자가 베네수엘라의 '국가적인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네슬레의 공장 설립 등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 것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자국 기업을 선호하면서 외국기업들에 투자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외국기업의 핸디캡을 현지화 전략으로 풀어갔다. 브랜드 전략을 통일해 네슬레에 대한 인지도는 높이는 대신 각 제품에 대해선 현지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도록 했다. 브라벡 회장은 "네슬레가 갖고 있는 브랜드가 8000개 있지만 현지인들이 네슬레 것인지 모를 정도가 됐다"고 설명했다.
◆네슬레 M&A 전략의 삼박자
네슬레는 1992년 생수업체인 '페리에'를 인수하면서 물사업에 뛰어들었다. "누가 물을 사먹겠느냐"는 시장의 수군거림에도 네슬레는 이후로도 10여개 생수회사를 인수 · 합병(M&A)했다. 브라벡 회장은 "기업 인수엔 세 가지 기준이 있다"며 네슬레의 전략을 소개했다.
일단 네슬레의 전략과 맞아떨어진다면 그 회사는 반드시 사야 한다. 예컨대 생수사업은 네슬레가 찾고 있던 '신사업' 중 하나였다. 페리에가 미국시장에 내놓은 생수에서 소량의 벤젠이 검출되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지만 당시 세계 생수시장에선 독보적인 존재였다. 네슬레는 파산 직전에 놓인 페리에를 27억달러에 사들였다. 생수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생수와 아이스크림 등 시장에서 1등이 되어야만 한다는 우리의 전략에 맞는다면 반드시 인수해야 한다는 것이 네슬레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피인수 회사가 '그만한 경제적 가치'가 있는지 여부△피인수 회사의 문화와 가치가 우리와 융합될 수 있는지 등이 M&A의 중요한 기준이 됐다.
2008년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뒤 네슬레 이사회를 이끌며 사회 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인 그는 한국 기업인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사회공헌 활동은 단순히 돈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며 반드시 기업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공장 하나를 설립할 때에도 해당 국가에 미칠 사회 · 경제적인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
한국 방문이 다섯 번째라는 그는 짧은 일정 중에도 설악산을 다녀왔다. "문명과 자연이 가까이 있는 설악산이 매우 아름다웠다"며 칭찬했다. 빡빡한 일정으로 인터뷰 시간이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질문을 던져대는 기자들에게 공들여 답하는 그의 모습에서 열정이 느껴졌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