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3년 안에 폴리실리콘 생산 규모를 지금의 8배 이상으로 키울 겁니다. "

윤순광 오성엘에스티 회장(48 · 사진)은 지난 12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2013년까지 자회사인 한국실리콘의 생산 규모를 글로벌 '톱5' 수준으로 올려놓겠다"는 중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LCD(액정표시장치) ·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오성엘에스티 창업주인 윤 회장은 3년 전부터 태양광 사업으로 발빠르게 보폭을 넓혀왔다. 2008년 신성홀딩스와 합작해 태양전지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자회사 한국실리콘을 설립한 데 이어 오성엘에스티를 통해 태양전지용 잉곳과 웨이퍼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폴리실리콘을 만드는 한국실리콘은 올해 태양전지 시장 호조와 맞물려 OCI와 함께 국내를 대표하는 태양광 소재 회사로 급성장했다.

◆"폴리실리콘 사업 8배 더 키우겠다"

현재 한국실리콘의 생산량은 연 3200t.OCI의 생산량(연 1만7000t)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질(質)로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다. 윤 회장은 "전 세계에 폴리실리콘 제조사가 많지만 '나인-나인'급(순도 99.9999999%)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곳은 OCI와 한국실리콘 등 몇몇 업체뿐"이라고 설명했다.

질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서일까. 윤 회장은 "내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한국실리콘 생산 규모를 2만5000t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현재 연간 생산량의 8배에 달하는 규모로,계획대로 증설을 마치면 미국 헴록(연 3만6000t),독일 바커(연 3만5000t),OCI(연 3만5000t으로 증설 예정)에 이어 세계 '톱5' 안에 들게 된다. 그는 "투자비는 오성엘에스티와 특수관계인 등이 보유한 한국실리콘 지분(85%) 가운데 30%를 매각해 조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최근 삼성그룹과 SK그룹,KCC 등 대기업들이 폴리실리콘 사업에 진출하는 것과 관련해선 "걱정할 게 없다"고 자신했다. 그는 "전 세계적인 태양광 수요 급증으로 장비를 주문해 공급받기까지 1년 이상 걸린다"며 "대기업이 지금 투자해도 공장 가동을 할 수 있는 건 3년 후에나 가능한데 그때쯤이면 우리는 원가 경쟁력이나 품질 면에서 앞서게 된다"고 강조했다.

◆"재료-장비 투트랙으로 시장 주도"

한국실리콘 라인 증설과 함께 오성엘에스티는 태양광 사업 집적화에도 나설 계획이다. 충주 첨단산업단지 내 1만8000평 부지에 태양전지용 잉곳,웨이퍼 제조를 전담할 신공장을 짓기로 한 것.윤 회장은 "내년 3월 가동을 시작하는 충주 신공장의 태양전지 생산 규모를 내년 말 550㎿,2013년 1GW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1GW는 현재 국내 1위 태양전지 생산 규모를 갖춘 현대중공업(300㎿)을 훨씬 능가하는 규모다.

태양광 제조장비 분야도 대폭 강화한다. 그는 "최근 태양전지용 웨이퍼 커팅 장비를 자체 개발했는데,경쟁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스위스산 장비가 11억원 정도인 반면 우리 장비는 6억원에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태양전지 셀 · 모듈 등 후공정 분야로 사업을 넓힐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대신 미국,중국 등 해외 태양광업체 2곳과 합작을 통해 모듈제작용 웨이퍼를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오성엘에스티는 작년 1272억원이던 연 매출을 올해 1700억원,내년 3300억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윤 회장은 "무엇보다 태양광 사업 부문 매출은 올해 600억원에서 내년엔 25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충주공장 증설이 완료되는 2014년이면 오성엘에스티 매출은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 '나인-나인'

반도체와 태양전지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은 정제 정도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불순물을 많이 걸러내 순도를 높일수록 생산효율이 좋아진다. '나인-나인'은 9가 9번 이어지는 99.9999999%의 순도를 갖췄다는 의미다.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은 '일레븐-나인'(순도 99.999999999%)급이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