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양적완화와 같은 유동성 증대보다는 낙후한 교육시설 등 사회 인프라에 투자해야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

'진화 경제학'의 대가이자 대표적인 케인시언으로 꼽히는 리처드 넬슨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80 · 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5일 서울대 경제학부가 주최한 제19회 서남초청강좌에서 학생들에게 강연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내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라면 6000억달러를 양적완화에 쓰는 대신 교육 인프라와 교사들에게 투자해 다음 세대의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양적완화로는 고용률을 높이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고용률이 낮아지더라도 기업은 스스로 진화하면서 적응하고 수익률을 유지하지만,실업자가 된 국민들은 고통스럽다"며 "경기 흐름을 바꾸려면 공공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교육 등의 분야에 6000억달러를 쓰는 것은 지나치게 과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하자 그는 "지금 미국의 교육 현실은 엉망이며 대부분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6000억달러를 투자하는 것은 전혀 지나치지 않다"고 답했다.

넬슨 교수는 "일반적인 중 · 고등교육보다는 특화된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식과 학습의 중요성이 과거보다 더 중요해졌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20년 전만 해도 사회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은 많지 않았다"며 "전에는 엔지니어링을 배우는 학생은 현장에서 도제식 수업을 받으면 됐지만 지금은 컴퓨터 등 신기술을 계속 습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경제에서 시장 경쟁과 이를 통한 기업의 혁신은 '성장의 엔진'과 같다고 표현했다. 따라서 "정부는 이걸 하라,하지 말라는 지시가 아니라 인센티브를 제공해 시장 주체들이 반응하도록 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 혁신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타인을 모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그는 권유했다.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혁신'도 모방에서 출발할 수 있다는 것.넬슨 교수는 "한국 자동차기업들이 이 정도까지 성장하게 된 것은 그동안 수없이 많은 혁신을 해 왔기 때문"이라며 "혁신의 과정에서 '모방'은 필연적인 것이며,더 나은 결과물을 얻기 위한 바람직한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혁신은 불확실한 것이기 때문에 프런티어 정신 없이는 이루기 어렵다"며 "미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지만,아직 혁신 능력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고 진단했다.

1930년생인 넬슨 교수는 1982년 시드니 윈터와 공동 저술한 '경제 변화의 진화적 이론'이라는 책으로 진화경제학의 대가로 자리매김했다. 기술 혁신의 관점에서 본 장기성장의 결정요인이나 후발국가 · 기업의 추격형 성장 등 분야에서 많은 연구 업적을 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