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선박엔진 부품 제조사인 일진기계(대표 전영도ㆍ사진)는 국내 중소기업으로는 처음 중국선급협회(CCS)로부터 선박엔진 제조공정 관련 선급인증을 획득,중국 조선엔진부품 시장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일진기계가 CCS 인증을 받은 주력 생산품은 초대형 선박엔진에 들어가는 실린더프레임,프레임박스,베드플레이트 등 엔진 몸체와 케이스류다.

김만 공장장(상무)은 "선박엔진 부품은 초정밀 가공설비와 노하우,핵심기술 없이는 만들어 낼 수 없다"며 "중국 선급인증으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메이저급 엔진부품 제조사들과 나란히 경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울산 남구 황성동 일대 6만6000여㎡ 규모인 1,2공장에 프라노밀러 등 초대형 기계가공설비에서부터 제관 열처리 등 일관 생산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관련 부품시장에서 국내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중공업 두산엔진 STX 등 세계 최고 조선 3사가 이 회사의 주된 공급처다. 국내 조선사가 수주호황을 누렸던 2008년에는 초대형 선박 220대에 엔진부품을 공급하면서 이 분야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전영도 대표는 "세계 최고의 조선사들이 한국에 있는 덕분에 중소업체들도 세계시장을 꽉 잡고 있다"며 "이젠 30년간 축적된 기술을 갖고 현대중공업 등 조선 대기업이 세계시장을 확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 선급인증에 앞서 LR(영국선급협회) DNV(노르웨이) ABS(미국) GL(독일) BV(프랑스) NK(일본) KR(한국) 등 세계 7대 선급 인증을 일찌감치 확보해 놓고 있는 것도 전 대표의 남다른 해외시장 진출 의지에서 비롯됐다.

일진기계는 초대형 발전기 부품시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미국 지멘스에 가스터빈 발전용 부품을 수출하는 길을 열었다. 전 대표는 "초도물량 180만달러에 불과하지만 국내에서는 두산중공업 다음으로 터빈부품을 자체 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지멘스 납품실적 덕분에 최근 독일 현지 발전기 제조회사 방문 때도 적지않은 러브콜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1979년 설립된 일진기계는 초대형 정밀기계 부문에 대한 연구 · 개발(R&D)과 공격적인 투자를 해왔다. 2004년 10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2009년 506억원으로 늘어난 것도 이 같은 투자 덕분이었다는 분석이다. 전 대표는 석유화학 원료에서 실을 초고속으로 뽑아내는 방사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일진에이테크와 관 이음새 전문기업인 SBC벤드 등 모두 5개의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매출액만 3000여억원에 이른다. 전 대표는 "초정밀 산업기계분야는 아직도 국산화하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면서 "섬유기계와 초대형 선박엔진,발전터빈 부품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