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만난 中ㆍ日 정상, 22분 냉랭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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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분쟁 '앙금' 재확인
요코하마 3000여명 反中 시위
러ㆍ日 정상도 '쿠릴열도 공방'
요코하마 3000여명 反中 시위
러ㆍ日 정상도 '쿠릴열도 공방'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13일 오후 5시20분 요코하마 시내의 회담장에 들어서자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한쪽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하는 동안 두 사람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얼굴은 굳어 있었다.
회담에서도 간 총리는 "아시아 · 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온 것을 환영한다. 일본과 중국은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다"며 손에 든 메모지를 그대로 읽자 후 주석은 "중 · 일관계의 개선과 발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짧게 답했다. 지난 9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 분쟁 이후 두 정상이 우여곡절 끝에 만났지만 회동은 22분 만에 끝났다.
간 총리는 이날 후 주석에 이어 쿠릴열도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양측의 팽팽한 평행선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일본이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도한 중국 · 러시아와의 영토 갈등 해소에 실패한 셈이다.
◆중 · 일 갈등 평행선
중국 측 거부로 당초 성사가 불투명했던 중 · 일 정상회담은 이날 회담 개최 10분 전에 극적 타결되면서 열렸다. 회담은 구체적인 내용 없이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두 정상은 양국 간 전략적 호혜관계 촉진과 경제협력,민간교류 확대 방안 등에 합의했다.
하지만 정작 관심이 쏠렸던 영토 분쟁에 대해선 자국의 입장만 주장해 인식차를 좁히지 못했다.
일본 언론들은 14일 일본 정부가 APEC을 통해 중국과 외교관계 복원에 나섰지만,냉랭한 분위기만 재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과 중국이 영토 분쟁을 둘러싸고 자신들의 주장만 되풀이해 앙금을 씻지 못했다"며 "동중국해의 시라카바(白樺 · 중국명 춘샤오) 가스전 마찰과 희토류 금수 조치 등 중 · 일 간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영토 분쟁에 대한 얘기는 전하지 않고 후 주석 발언을 중심으로 중 · 일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짧게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시민 3000여명은 13일 후 주석의 요코하마 방문에 맞춰 대규모 반중(反中) 시위를 벌였다. 시위 참가자들은 거리를 점거하고 '중국 제국주의를 반대한다' '공산당 중국이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 등이 쓰인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러 · 일 정상,영토 분쟁 공방전
러 · 일 정상회담에선 쿠릴열도를 놓고 간 총리와 메드베데프 대통령 사이에 날선 공방이 벌어졌다. 13일 열린 회담에서 간 총리는 러시아와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홋카이도 북쪽 4개 섬이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주장했다. 또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지난 1일 이들 섬 중 하나인 쿠나시르를 방문한 데 대해 "우리나라의 입장,일본 국민의 감정상 수용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감정적 성명이나 행동으로는 사태를 개선할 수 없다"며 "어느 지역을 방문하는가는 내가 결정한다. 이곳(쿠릴 4개 섬)은 우리의 영토"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회담 마지막에 간 총리에게 "내년 적절한 때 러시아를 방문해달라"고 말하자 간 총리는 "검토하겠다"고만 짧게 답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