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항이 싱가포르의 오일허브인 주롱 석유화학공단처럼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

이채익 울산항만공사 사장(사진)은 "울산항이 세계 4대 오일허브 기지로 탈바꿈하도록 첨단 인력을 공급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항만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올 들어 네덜란드 로테르담 등 세계 3대 오일허브 기지를 잇달아 방문,운영 노하우 등을 익히고 돌아왔다. 울산항보다 앞선 선진 항만기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로테르담이 오일허브가 되면서 국가는 물론 해당지역에 큰 효과를 미쳤다"며 "울산에 오일허브가 조성되면 '산업혁명'과도 같은 거대한 변화가 발생해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오일허브 기지들은 대부분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자원빈국에 있었다"며 "비 유전국가가 오일 물류를 석권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쟁력은 자원이 있느냐보다는 입지 여건에서 나온다"며 "국내 최대의 석유저장 시설이 있는 울산은 로테르담과 경쟁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석유를 대주는 공급기지 역할을 하는 싱가포르 주롱섬에 주목하고 있다. 이 사장은 "싱가포르 시내에서 고속도로를 따라가면 서울 여의도의 네 배 규모인 주롱섬이 눈에 들어온다"면서 "이 섬에 다국적 정유 및 정제업체들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곳에는 엑슨모빌,쉘,쉐브론,듀퐁,바스프 등 글로벌 정유 및 정제업체들과 보팍,호라이즌 등 탱크 저장업체들이 입주해 있다. 세계적 기업들이 싱가포르의 오일허브 역할을 보고 들어왔다는 것.

이 사장은 그러나 "단순히 저장능력을 늘리고 세금 감면을 해준다고 해서 오일허브가 성공하는 건 아니라는 교훈도 얻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름이 들고나는 시스템과 업체들에 대한 지원 정책 등 오랫동안 축적된 전문적인 노하우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외자유치를 방해하는 요인을 제거하고 다국적 기업들이 일하기 쉽도록 영어소통 능력도 향상시키는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인프라 구축에 혼신을 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사장은 울산 석유화학공단이 주롱 석유화학공단과 같이 오일허브의 심장역할을 하도록 울산항의 글로벌 인프라 구축사업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 사장은 "울산항과 화물거래를 하는 국가만 무려 116개국에 이른다"며 "항만 배후단지 조성과 품목별 맞춤형 화물유치전략 등을 통해 울산항을 환동해 경제권의 허브항만으로 우뚝 서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