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끝난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는 선진국 중심의 세계경제 질서가 이제 선진국과 신흥국의 양립 구도로 바뀌고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국가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환율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 해법을 도출해 내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그나마 환율 공조를 재확인하고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마련 시한을 못박은 것은 괄목할 만한 진전이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합의가 결실을 맺도록 하기 위한 후속조치다.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내년 상반기까지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을 어떤 방식으로 마련할 것인지,경쟁적 환율절하를 자제키로 했지만 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금융안전망 구축과 금융시스템 충격 대응을 위한 장치를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지 등이 숙제다.

물론 이제부터 G20회의 의제는 모두 차기 의장국인 프랑스가 주도하게 돼있다. 그렇다고 우리 역할이 끝난 것은 아니다. 프랑스에서의 다음 회의가 성공을 거둬야 서울회의의 성과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도한 의제들의 구체화 과정에 적극 참여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이유이다.

특히 금융안전망과 함께 대표적 '코리아 이니셔티브'의제인 개발이슈에 대해 향후 G20과 유엔에서 계속 주요 논의과제로 다뤄지고,주도권을 발휘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한국의 개발경험인 경제개발계획과 새마을운동,연구 · 개발(R&D)과 산업정책 등을 개도국에 전수하는 프로그램을 확산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 국격을 지속적으로 높이고,세계 경제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우리 발언권을 강화할 수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 점에서 G20 상설사무국의 설치 및 국내 유치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G20회의가 '말 잔치'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도 합의사항을 구체적으로 이행하고 점검하는 집행기구 설치는 긴요하다. 이를 통해 G20이 국제적인 상설협의체로서 격상되고,그 사무국을 우리가 유치한다면 국격 제고에도 더욱 큰 도움이 될 게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