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환율전쟁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G20 서울 정상회의가 끝난 뒤 하루 만에 닫았던 포문을 다시 열고 날선 공방전을 벌였다. 특히 미국은 내년 1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워싱턴을 방문할 때까지 만족스런 수준으로 위안화를 절상하라고 목표 시한을 제시했다.

◆총 내려 놓지 않은 미국과 중국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먼저 중국을 공격했다. 지난 13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아시아 · 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다. 그는 아시아 · 태평양 재계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포럼 연설을 통해 "경제위기에서 배운 중요한 교훈 가운데 하나는 (세계 경제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주로 의존하는 한계점과 경제 성장을 위해 아시아 국가들이 수출에 의존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지난 12일 그가 G20 서울 정상회의 때 폐막 기자회견을 활용해 "위안화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상기시킨 데 이어 내놓은 후속탄이다.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 연설에 나선 후진타오 주석은 맞받았다. "중국은 내수 확대를 원하고 있으며,관리 가능하게 점진적으로 환율을 개혁하겠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중국은 지난 6월19일 위안화의 탄력성을 높이겠다고 발표한 이후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를 약 3% 절상시켰다. 후 주석은 특히 "국제사회는 신흥국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요구를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천더밍 중국 상무장관은 같은 날 마카오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후 주석을 지원사격했다. 그는 "중국은 신흥국 인플레를 조장하는 양적완화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 정책을 비난했다. 진쫑샤 인민은행 국제담당 이사도 "기축통화 발행국들이 과도한 통화 발행으로 신흥국의 자산가격 거품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발끈했다. 팀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은 양국 대통령의 설전이 오간 후 기자회견에서 "후 주석이 내년 1월 워싱턴을 방문할 때까지 위안화 환율 개혁에 대한 진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압박했다. 미국이 그동안 중국과 환율전쟁을 벌이면서 이처럼 강경하게 절상 시한을 못박은 적은 없다. 로이터통신은 "양국이 총에서 손을 떼지 않고 있다"고 표현했다.

◆브라질,"달러 헤게모니를 종식하자"

브라질도 여전히 목소리를 줄이지 않고 있다. 브라질은 기축통화를 미 달러화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으로 대체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미국을 괴롭히고 있다.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멀티 통화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서울 정상회의를 계기로 달러화의 SDR 대체안을 내놨다. 당시 각국의 보유 외환과 국가 간 금융거래를 달러화가 아닌 SDR을 기준으로 하고 현재 달러,유로,일본 엔화,영국 파운드화로 구성된 SDR에 브라질 헤알화와 위안화를 포함시키자고 제안했다.

만테가 장관은 "세계 경제가 미국 달러에만 의존하는 현재의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면서 "달러화 약세가 계속되고 있는 지금이 달러화 대체안을 논의할 수 있는 적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달러화 사용에 익숙해 있는 현재 상황을 빠른 시일 안에 바꾸기는 쉽지 않겠지만 (국제사회의 협력이 있다면) 통화 다양화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G20 정상회의에서 프랑스와 함께 달러화 대체 문제를 공론화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