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주인 누가 될까…'자금조달 실행력'이 판세 가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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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본입찰…이르면 16일 우선협상자 선정
채권단 "동반 부실화 원천차단"…非가격 평가 35~40%로 높일 듯
현대車그룹, 자금력 앞서 유리…현대그룹, 회사채·CP 잇단 발행
채권단 "동반 부실화 원천차단"…非가격 평가 35~40%로 높일 듯
현대車그룹, 자금력 앞서 유리…현대그룹, 회사채·CP 잇단 발행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태스크포스(TF)는 주말에도 출근해 입찰서류를 챙겼다. 본입찰이 15일 실시되는 만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인수전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계획을 처음부터 꼼꼼히 다시 점검했다.
입찰서류에서 가격을 적어야 하는 칸은 아직 공란이다. 상대가 있는 싸움인 만큼 얼마가 정답일지 예측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무턱대고 높은 가격을 부를 수도 없다. 대우건설의 예에서 보듯 인수자금 부담으로 모두가 곤경에 처할 수도 있어서다. '본입찰 서류 제출 직전에 모든 의견을 다시 종합하고 그룹 총수의 승인을 받은 뒤 빈칸에 숫자를 써넣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는 게 두 그룹 측 얘기다. 채권단은 16일 또는 17일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당초 예상보다 인수가가 오를 가능성이 커보인다"며 "가격 외에 자금조달력과 경영능력 등 비가격 요소를 중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권에서는 재무능력과 자금조달능력 등을 중시하면 자체 자금으로 인수에 나서는 현대차그룹이 외부 차입이 많은 현대그룹보다 유리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인수자금…서로 다른 조달 행보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차,현대모비스 등 3사로 컨소시엄을 꾸렸다. 자체 자금만으로도 채권단이 내놓은 현대건설 지분 34.88%(3887만9000주)와 경영권을 충분히 살 능력을 갖췄다고 밝혔다. 6월 말 기준 3사의 현금성 자산과 예금만 10조원을 웃돈다. 단기 자금 조달원인 기업어음(CP) 발행잔액이 0(제로)일 만큼 재무안정성이 높다는 게 시장 평가다.
현대그룹은 독일 M+W가 빠져나가 혼선을 빚기도 했지만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현대증권 등 계열사 외에 동양종합금융증권을 새로 끌어들였다. 현금성 자산 1조1800억원에 회사채 및 기업어음 발행,자산 매각,유상증자(계획) 등을 통해 2조4000억원가량을 추가로 마련했다.
현대그룹은 올 들어서만 현대상선 등을통한 회사채 순발행이 1조1300억원에 달하고 CP도 50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동양종금증권은 현대상선 지분 및 자산 등을 담보로 제공받고 8000억원가량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현대건설 매각가격을 단순 지분가격(주가 7만3500원 기준)만 2조9000억원 안팎에 달하는 만큼 30~40%가량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4조원까지 치솟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외부 자금조달을 보면 4조원 정도는 써낼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채권단에서 조달방안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하느냐"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쉽게 말하면 현대차그룹은 계열사들의 예금잔고증명서 3장이면 자금조달 증명을 할 수 있지만,현대그룹은 한 박스 분량의 증명원을 내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부각되는 비가격 요소 중시
현대건설 주주협의회는 본입찰에 앞서 확정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기준의 비가격 요소 비중을 종전 30%에서 35~40%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지나친 가격경쟁으로 인해 인수회사와 피인수 회사가 동반 부실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비가격 요소도 중요하게 평가토록 주주협의회에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노조는 이와 관련,"대규모 외부 차입으로 돈을 마련한 인수자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보유하고 있는 2조원 가까운 현금성 자산으로 자신들의 빚부터 갚으려 들 게 뻔하다"며 "이는 공멸의 길로 가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는 현대건설 본입찰에서 비가격 요소 비중이 강화되면,현대그룹이 올해 말 7000억원을 비롯 내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1조원이 넘는 회사채와 장기 차입금 및 미지급금을 상환해야 하는 점은 적지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그룹은 올 12월 CP 5000억원을 포함, 7000억원 정도가 만기도래하고 내년에도 회사채 7000억원을 포함,1조3000억원 정도를 갚아야 한다.
윤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M&A는 그 자체로도 기업의 신용 리스크를 확대시키는 변수지만 대부분은 CP 발행 등 차입을 통해 유동성 리스크까지 짊어지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CP를 자금조달능력으로 봐야 하는지 의문을 가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수언/박동휘/강지연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