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1 옵션쇼크] 파생시장은 외국인 독무대…경보장치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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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장 뒤흔드는 외국인
매수차익거래 외국인 비중 52%
옵션으로 헤지…만기일 시장 교란
외국인 주문은 '주체' 파악도 못해
매수차익거래 외국인 비중 52%
옵션으로 헤지…만기일 시장 교란
외국인 주문은 '주체' 파악도 못해
'11 · 11 옵션 쇼크'로 드러난 외국인의 투기적인 매매 행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외국인이 대량의 프로그램 매도로 만기일 코스피지수를 끌어내린 사례가 빈번해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시한폭탄'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만기일 지수 등락 좌우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선물 · 옵션 만기일 코스피지수가 급작스럽게 하락한 사례는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다. 2005년부터 6년간 매달(옵션 만기일) 또는 석 달(선물 · 옵션 동시 만기일)마다 찾아온 총 71회 만기일 중 마감 동시호가 때 지수가 하락한 경우는 모두 40차례에 달했다.
2005년 11월 옵션 만기일(-3.29%)과 2006년 6월 선물 · 옵션 동시 만기일(-1.01%) 때도 지난 11일처럼 마감 직전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져 10분 만에 코스피지수가 1% 이상 급락했다. 두 차례 모두 외국인이 개입한 것이다. 작년 5월에는 옵션 만기일에 외국인이 선물을 1조1000억원어치 순매도하면서 코스피지수가 2% 넘게 하락,상승가도를 달리던 증시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옵션 만기일을 전후해 외국인 '팔자'로 지수가 하락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올 들어서도 지난 2월 만기일 하루 전 외국계 창구로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져 장중 지수가 2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수개월 동안 차익거래 매수 창구였던 모건스탠리증권에서 급작스럽게 청산 매물이 쏟아지며 벌어진 일이다.
◆영향력 큰 매수차익 선호
국내 기관은 매도차익 거래(현물 매도 · 선물 매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외국인은 매수차익 거래(현물 매수 · 선물 매도) 비중이 높다. 만기일마다 외국인들의 매물 폭탄이 우려되는 이유다. 매수차익 거래는 만기일 포지션 청산시 그동안 사들인 만큼 주식을 매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차익 매수금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52.43%에 달했다. 작년 말 13%에 비해 4배로 높아졌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매도차익 거래는 보유 주식을 팔거나 대차(주식 대여)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비싸 외국인들은 매수차익 거래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만기일 주식 매수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기보다 주식을 팔아 주가를 끌어내리는 게 더 쉽다는 점도 외국인들이 매수차익 거래에 치중하는 이유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을 바스켓으로 묶어 매매하는 데다 대량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곧바로 체결되는 시장가로 주문을 내 주가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기관과 달리 외국인은 옵션 등으로 헤지를 거는 경우가 많아 주가가 떨어져도 수익을 낼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이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만기일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사태가 종종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정보 비대칭 · 느슨한 규제가 투기 부추겨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쥐락펴락하는 이유는 국내 기관과 달리 움직임이 좀체 드러나지 않아 대응이 힘들기 때문이다. 전 연구원은 "특정 외국계 창구를 중심으로 쌓인 매수차익 잔액이 사상 최대에 달했음에도 시장에는 경고 시그널이 전혀 없어 충격을 키웠다"고 말했다. 통상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던 외국인들이 선물 매수 포지션을 축적하면서 가격 상승을 유도한 데 대한 경계도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거래소 글로벌시장운영팀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여러 계좌를 산발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주문의 주체를 파악하기 힘들고 전략도 노출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투기적인 헤지펀드들의 활동이 늘어난 데다 주가연계증권(ELS)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다양한 파생상품이 등장하면서 차익거래의 용도나 목적을 파악하기가 힘들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석형 금융투자협회 파생상품심의팀장은 "외국계 헤지펀드는 만기에 관계없이 수익이 나면 펀드를 청산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배분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 기관보다 규제를 덜 받아 청산할 때도 분할 매도하지 않고 일시에 물량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차익을 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지연/김유미 기자 serew@hankyung.com
◆만기일 지수 등락 좌우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선물 · 옵션 만기일 코스피지수가 급작스럽게 하락한 사례는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다. 2005년부터 6년간 매달(옵션 만기일) 또는 석 달(선물 · 옵션 동시 만기일)마다 찾아온 총 71회 만기일 중 마감 동시호가 때 지수가 하락한 경우는 모두 40차례에 달했다.
2005년 11월 옵션 만기일(-3.29%)과 2006년 6월 선물 · 옵션 동시 만기일(-1.01%) 때도 지난 11일처럼 마감 직전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져 10분 만에 코스피지수가 1% 이상 급락했다. 두 차례 모두 외국인이 개입한 것이다. 작년 5월에는 옵션 만기일에 외국인이 선물을 1조1000억원어치 순매도하면서 코스피지수가 2% 넘게 하락,상승가도를 달리던 증시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옵션 만기일을 전후해 외국인 '팔자'로 지수가 하락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올 들어서도 지난 2월 만기일 하루 전 외국계 창구로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져 장중 지수가 2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수개월 동안 차익거래 매수 창구였던 모건스탠리증권에서 급작스럽게 청산 매물이 쏟아지며 벌어진 일이다.
◆영향력 큰 매수차익 선호
국내 기관은 매도차익 거래(현물 매도 · 선물 매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외국인은 매수차익 거래(현물 매수 · 선물 매도) 비중이 높다. 만기일마다 외국인들의 매물 폭탄이 우려되는 이유다. 매수차익 거래는 만기일 포지션 청산시 그동안 사들인 만큼 주식을 매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차익 매수금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52.43%에 달했다. 작년 말 13%에 비해 4배로 높아졌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매도차익 거래는 보유 주식을 팔거나 대차(주식 대여)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비싸 외국인들은 매수차익 거래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만기일 주식 매수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기보다 주식을 팔아 주가를 끌어내리는 게 더 쉽다는 점도 외국인들이 매수차익 거래에 치중하는 이유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을 바스켓으로 묶어 매매하는 데다 대량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곧바로 체결되는 시장가로 주문을 내 주가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기관과 달리 외국인은 옵션 등으로 헤지를 거는 경우가 많아 주가가 떨어져도 수익을 낼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이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만기일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사태가 종종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정보 비대칭 · 느슨한 규제가 투기 부추겨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쥐락펴락하는 이유는 국내 기관과 달리 움직임이 좀체 드러나지 않아 대응이 힘들기 때문이다. 전 연구원은 "특정 외국계 창구를 중심으로 쌓인 매수차익 잔액이 사상 최대에 달했음에도 시장에는 경고 시그널이 전혀 없어 충격을 키웠다"고 말했다. 통상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던 외국인들이 선물 매수 포지션을 축적하면서 가격 상승을 유도한 데 대한 경계도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거래소 글로벌시장운영팀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여러 계좌를 산발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주문의 주체를 파악하기 힘들고 전략도 노출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투기적인 헤지펀드들의 활동이 늘어난 데다 주가연계증권(ELS)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다양한 파생상품이 등장하면서 차익거래의 용도나 목적을 파악하기가 힘들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석형 금융투자협회 파생상품심의팀장은 "외국계 헤지펀드는 만기에 관계없이 수익이 나면 펀드를 청산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배분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 기관보다 규제를 덜 받아 청산할 때도 분할 매도하지 않고 일시에 물량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차익을 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지연/김유미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