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이른바 '인간을 위한 따뜻한 기술'을 지향하는 융합과학의 연구활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영남권의 KAIST로 불리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 원장 이인선)이 올해초 설립한 '융합과학 중점센터'가 대표적이다.

이 센터에서는 뇌융합과학을 핵심으로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생명공학(BT)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연구활동을 통해 세계적인 '융합과학 허브'로 성장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뇌융합과학 '드림팀' 떴다

이 가운데 뇌융합과학 분야에는 이미 세계적인 스타 과학자들이 모여 연구활동을 본격 시작했다. 뇌융합과학이란 시각,후각 등 인체의 뇌 기능을 모방해 바이오센서를 만들거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을 개발해 로봇 등에 응용하는 종합기술을 말한다. DGIST는 이를 위해 2019년까지 총 5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인선 DGIST 원장은 "융합과학중점센터는 미국의 존스홉킨스 의과대학과 공동 연구를 위해 뇌신경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가브리엘 로넷 교수(존스홉킨스 의과대 신경 · 뇌과학과)를 올해 초 뇌과학분야 학과장으로 초빙하는 등 미국 현지 교수들을 영입해 교수급 스타 과학자 연구팀 구성을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로넷 교수는 세계 처음으로 인간의 화학감각 신경세포주를 확립했고,뇌 물질대사를 조절해 비만을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연구성과를 내면서 학계에서는 '노벨상 후보군'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특히 미국에서 의학과 자연과학을 동시에 연구하는 학자에게 주는 의과학자(MDPhD) 1호이기도 하다. 의학박사(MD)와 이학박사(PhD) 학위를 한꺼번에 취득한 셈이다. 이 학위 취득자는 미국에서 연구 중심 병원이나 기관에서 일하는 '인재 중의 인재'로 꼽힌다. 그는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에 뇌과학과 설립자로 세계 신경과학계의 3대 뇌 과학자로 꼽히는 솔로몬 스나이더 교수의 수제자이기도 하다. 네이처,사이언스 등 세계적인 과학잡지에 200여편의 논문을 발표할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며 제약회사를 직접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DGIST는 로넷 교수와 함께 뇌융합과학 연구를 담당할 교수급 연구원으로 문제일 유성운 김은경 구재형 서병창 박사 등 해외에서 활동 중이던 국내 뇌과학분야 전문가들을 잇따라 초빙해 이른바 '꿈의 연구팀'을 구성했다. 더욱이 세계적인 스타급 과학자 외에 젊고 잠재력이 풍부한 박사급 연구원과 실험전담 연구요원을 배치해 조화를 이뤘다.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도 제공한다.

◆융합기술은 대구지역의 '신성장 동력'

DGIST의 융합과학 중점센터는 인체기능 모방 환경모니터링 로봇 실용화에도 나선다. 이 연구작업도 뇌과학부가 주도하게 된다. 인체 감각기능을 모방한 바이오센서를 개발해 의료 · 환경산업 분야에 접목시켜 응용 융합기술 개발까지 추진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를 통해 융합과학 원천기술을 선점하고 관련 산업에 응용 · 확산시켜 대구지역 경제의 신성장 동력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중점 연구개발 분야로는 △인체 감각기능 모방 기술 △인체와 인공회로 간 소통 기술 △EPO(에리스로포이에틴 · 빈혈 및 독성치료 효과가 있는 당단백 호르몬) 치매 치료제 기술 개발 등이다. 국제협력을 위한 연구기반을 구축해 융합과학 분야의 전문인재 교육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핵심기술과 인프라를 우선 확보한 뒤 실용화 기술을 본격 개발해 해외수출 기반도 마련할 예정이다.

◆노인성 뇌질환 치료제 시장도 공략

DGIST가 이처럼 뇌융합과학 및 기술개발에 주력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향후 시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수익성도 덩달아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바이오센서 분야 가운데 후각센서만 해도 9 · 11테러 이후 2007년에만 미국에서 7억달러의 연구개발(R&D) 자금이 지원될 정도여서 인체 감각기능 모방기술이 실용화되는 2019년에는 세계시장에서 10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노인성 뇌질환 치료제 시장도 핵심 공략대상이다. 이 분야의 전세계 치료시장 규모가 올해에만 1500억달러로 추정될 정도로 시장 규모가 엄청나다. 국내에서도 노인성 뇌질환자가 2007년 기준 85만명으로 5년 사이 2배로 늘어나는 등 급증하는 추세여서 내수기반도 튼튼하다.

DGIST 관계자는 "융합과학 중점센터의 핵심인 뇌과학부의 학위과정을 특화하고 차별화된 전문 연구인력을 양성해 세계 최고의 뇌융합과학 연구교육센터로 키워나갈 방침"이라며 "아직 태동단계인 융합과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전문가를 길러낸다면 국내 이공계 기피현상과 유학 등 인재 유출을 동시에 막는 부수 효과까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