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네비게이션 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위성을 이용한 위치정보 기능이 내장된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네비게이션 수요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15일 네비게이션 산업이 스마트폰 때문에 시장에 등장한지 불과 7년 만에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웨덴 시장조사기관인 베르그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네비게이션 시장 규모는 내년에 4200만대로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2012년부터는 하락세로 돌아서 2015년에 3000만대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톱 슬롭 라보뱅크 애널리스트는 “네비게이션 시장이 줄어드는 근본적인 원이는 스마트폰 등장 때문” 이라며 “구글과 노키아가 무료로 관련 기술을 제공하면서 관련 산업이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은 2008년 10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개발한 후 구글지도와 네비게이션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해왔다.가트너에 따르면 지금까지 GPS 기능이 내장된 안드로이드폰은 4500만대가 팔렸다.연간 1억대의 스마트폰을 파는 노키아도 지난 1월부터 네비게이션 소프트웨어인 ‘오비맵’(Ovi Map)을 스마트폰에 탑재시켰다.노키아는 지난 3분기에만 265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았다.

이에 따라 스위스의 가민,네덜란드의 톰톰 그리고 대만의 미탁인터내셔널 등 세계적인 네비게이션 업체들은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이들 3개사는 세계 네비게이션 시장에서 68%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 네비게이션 시장 1위 업체인 가민의 지난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4% 하락한 6억9240만달러에 그쳤다.같은 기간 중 톰톰의 매출은 3% 늘었지만 순이익은 37%나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현상은 스마트폰이 아이팟 등 MP3플레이어나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애플이 아이폰을 판매한지 1년 후인 2008년이 아이팟 매출의 정점이었다.스마트폰에 내장된 카메라 기능이 강화되면서 디지털카메라의 판매량도 지난해 1억2500만대에 그쳐 2008년의 1억4000만대에 비해 10.7% 줄었다.

케빈 록만 가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네비게이션 기술이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흡수되고 있지만 이것이 우리의 비즈니스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네비게이션 업체들은 실시간 교통정보 기술을 개발하고 자동차업체에 내장형 네비게이션을 공급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톰톰은 익명의 보다폰 사용자들로부터 위치정보를 받아 실시간 교통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가민은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자동차가 아닌 항공 해운 아웃도어 분야의 네비게이션 판매로 거둘 정도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중이다.이들은 또 아이폰과 블랙베리에 네비게이션 앱을 판매하고 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