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帝國호텔 120년의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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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의 데이코쿠(帝國)호텔 현관엔 여느 호텔과 마찬가지로 도어맨이 있다. 호텔에 도착한 승용차 문을 열어주며 손님을 맞는 직원이다. 데이코쿠호텔 도어맨 경력 6년인 마쓰이 히토시씨는 주요 손님을 맞을 땐 "스즈키 사장님, 어서 오십시오"라는 식으로 이름과 직함을 함께 부른다. 그가 얼굴과 직함을 기억하는 손님은 300명이 넘는다. 이 호텔엔 손님 1만명의 얼굴을 기억하는 도어맨도 있다. 호텔에 도착해 처음 만나는 호텔 직원이 자신의 이름과 직함까지 기억해준다는 것은 손님에겐 최고의 서비스다.
데이코쿠호텔은 전화교환원들도 상냥하기로 유명하다. 이 호텔 4층에 있는 전화교환실에서 유니폼을 입은 7~8명의 여성 오퍼레이터들이 분주히 전화를 받는 모습은 다른 호텔과 비슷하다. 딱 한 가지 다른 것은 오퍼레이터 앞의 모니터 아래 손바닥 만한 사각형 거울이 붙어 있다는 점이다. "친절한 목소리는 의식만 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 얼굴에 미소를 지어야 정말 친절한 목소리가 나온다. 전화를 받으면서 웃는 표정을 확인하도록 거울을 붙여 놓았다. "(전화오퍼레이터실 히루타 히토미 지배인)
일본의 대표적 명문 호텔인 데이코쿠호텔이 지난 3일로 개관 120년을 맞았다. 메이지(明治) 유신 이후 외국 국빈을 맞기 위해 1890년 준공된 이 호텔은 지금도 외국 VIP들이 도쿄를 방문하면 주로 묵는 곳이다. 이 호텔이 한 세기 이상 일본을 대표하는 '내셔널 호텔'로서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오랜 역사도,좋은 시설도 아니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발휘하는 최고의 서비스다.
이 호텔의 서비스엔 정말 특별함이 있다. 데이코쿠호텔은 손님이 체크아웃한 뒤에도 객실에서 나온 쓰레기를 하루 이상 보관한다. 혹시라도 손님이 깜박하고 잘못 버린 메모지라도 다시 찾을 경우에 대비해서다. 호텔 바에서 일하는 바텐더는 술잔을 리필할 때 고객이 원래 놓았던 글라스의 위치를 정확히 기억해 똑같은 자리에 놓을 정도로 고객을 배려한다.
물론 이 정도는 다른 호텔도 따라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단순히 따라할 수 있는 게 아니란 점이 데이코쿠호텔 서비스의 특징이다. 이 호텔엔 일본의 대부분 서비스업체가 갖고 있는 매뉴얼이 없다. '이런 상황에선 이런 식으로 고객에 응대하라'는 지침서를 아예 만들지도 않았다.
데이코쿠호텔 직원 출신으로 '데이코쿠호텔 전통의 서비스'란 책을 쓴 가와나 유키오 세이부 문리대학 교수(서비스 경영학)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직원들이 스스로 생각해서 고객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란 뜻"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매뉴얼 대로 하면 서비스는 제공할 수 있지만, 진정으로 고객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친절(hospitality)은 줄 수 없다. 친절은 매뉴얼 이상의 인간미가 발휘돼야 한다"고 말한다. 데이코쿠호텔이 추구하는 건 매뉴얼에 따른 형식적 서비스가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친절'인 셈이다.
한국은 제조업 등 하드웨어 부문에선 일본을 많이 따라잡았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의 선전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늘 일본에 비해 '뭔지 모르게 약간은 부족한 듯하다'는 느낌을 받는 건 소프트웨어,즉 서비스다. '친절한 나라'의 대명사인 일본의 서비스는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을까. 그 해답은 120년 역사의 데이코쿠호텔에 숨겨져 있는지 모른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
데이코쿠호텔은 전화교환원들도 상냥하기로 유명하다. 이 호텔 4층에 있는 전화교환실에서 유니폼을 입은 7~8명의 여성 오퍼레이터들이 분주히 전화를 받는 모습은 다른 호텔과 비슷하다. 딱 한 가지 다른 것은 오퍼레이터 앞의 모니터 아래 손바닥 만한 사각형 거울이 붙어 있다는 점이다. "친절한 목소리는 의식만 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 얼굴에 미소를 지어야 정말 친절한 목소리가 나온다. 전화를 받으면서 웃는 표정을 확인하도록 거울을 붙여 놓았다. "(전화오퍼레이터실 히루타 히토미 지배인)
일본의 대표적 명문 호텔인 데이코쿠호텔이 지난 3일로 개관 120년을 맞았다. 메이지(明治) 유신 이후 외국 국빈을 맞기 위해 1890년 준공된 이 호텔은 지금도 외국 VIP들이 도쿄를 방문하면 주로 묵는 곳이다. 이 호텔이 한 세기 이상 일본을 대표하는 '내셔널 호텔'로서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오랜 역사도,좋은 시설도 아니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발휘하는 최고의 서비스다.
이 호텔의 서비스엔 정말 특별함이 있다. 데이코쿠호텔은 손님이 체크아웃한 뒤에도 객실에서 나온 쓰레기를 하루 이상 보관한다. 혹시라도 손님이 깜박하고 잘못 버린 메모지라도 다시 찾을 경우에 대비해서다. 호텔 바에서 일하는 바텐더는 술잔을 리필할 때 고객이 원래 놓았던 글라스의 위치를 정확히 기억해 똑같은 자리에 놓을 정도로 고객을 배려한다.
물론 이 정도는 다른 호텔도 따라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단순히 따라할 수 있는 게 아니란 점이 데이코쿠호텔 서비스의 특징이다. 이 호텔엔 일본의 대부분 서비스업체가 갖고 있는 매뉴얼이 없다. '이런 상황에선 이런 식으로 고객에 응대하라'는 지침서를 아예 만들지도 않았다.
데이코쿠호텔 직원 출신으로 '데이코쿠호텔 전통의 서비스'란 책을 쓴 가와나 유키오 세이부 문리대학 교수(서비스 경영학)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직원들이 스스로 생각해서 고객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란 뜻"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매뉴얼 대로 하면 서비스는 제공할 수 있지만, 진정으로 고객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친절(hospitality)은 줄 수 없다. 친절은 매뉴얼 이상의 인간미가 발휘돼야 한다"고 말한다. 데이코쿠호텔이 추구하는 건 매뉴얼에 따른 형식적 서비스가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친절'인 셈이다.
한국은 제조업 등 하드웨어 부문에선 일본을 많이 따라잡았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의 선전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늘 일본에 비해 '뭔지 모르게 약간은 부족한 듯하다'는 느낌을 받는 건 소프트웨어,즉 서비스다. '친절한 나라'의 대명사인 일본의 서비스는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을까. 그 해답은 120년 역사의 데이코쿠호텔에 숨겨져 있는지 모른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