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 세계 식도락가들 사이에선 정보기술(IT)업계의 거물이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낸 뒤 최대 규모의 국제 특허전문회사 인텔렉추얼벤처스(IV)를 설립한 네이선 미어볼드 최고경영자(CEO · 51 · 사진)가 그 주인공.IT업계의 괴짜 억만장자로 통하는 그가 요리책을 처음으로 발간한다.

미어볼드 CEO는 내년 3월 6권으로 이뤄진 '모더니스트 퀴진(Modernist Cuisine)'이라는 요리책을 펴낼 예정이라고 비즈니스위크인터넷판이 15일 보도했다. 이 책은 총 2400쪽 분량으로 무게만 48파운드(약 22㎏)에 달하며 가격은 625달러(약 70만원)에 이른다.

IT업계 전문가가 식음료 분야까지 뛰어든 이유와 관련,미어볼드는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도서관에서 독학으로 음식 조리법을 배웠다"며 "내가 왜 요리를 하는지,원리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설명한 서적이 없어서 늘 아쉬웠다"고 회고했다.

1권부터 5권까지는 음식의 역사와 기초학,기술과 관련 장비,육류와 해산물,채소 등 다양한 분야를 총망라했다. 마지막권은 300쪽짜리 실용적인 조리서로 주방 아무 곳에나 놓아도 쉽게 손상되지 않도록 표지를 얇은 강판으로 감쌌다.

그는 "적해초에서 추출한 젤라틴과 밀 맥주 등으로 만든 마카로니 치즈 등 나만의 요리법도 담았다. 요리책으로 인세(印稅)도 꽤 벌어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미어볼드가 처음 요리에 입문한 것은 9세 무렵.친척들을 모아놓은 뒤 추수감사절 칠면조와 고구마 파이 등을 직접 요리했을 정도다. 시간이 지나면서 요리책 발간에 대한 그의 열정은 점점 커져 2007년 요리 연구소 '쿠킹랩(Cooking Lab)'을 만들어 IV의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요리책을 만들기 위한 준비 단계였다. 요리사와 작가,편집자,사진작가,디자이너 수십 명을 고용했으며 이들이 마음놓고 작업할 수 있도록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주방'을 꾸몄다고 한다.

비즈니스위크는 미어볼드의 음식에 대한 혜안이 담긴 이 책이 시중 숱한 요리책들을 집대성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