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나 연초 유동성에 의한 미니 버블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바이(buy) 코리아,바이 아시아'는 미국 정책기조가 변하지 않는 한 끝나지 않을 겁니다. "

박종규 유리자산운용 사장(53 · 사진)은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1월 옵션만기일 후유증이 남아 있긴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에 배고픈 자금이 많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미국의 양적완화로 늘어난 달러가 이머징 아시아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유동성 랠리가 추가로 진행될 것이란 진단이다.

또 조만간 중국에 이어 한국 경기선행지수도 바닥을 찍고 돌아서 코스피지수의 사상 최고치 경신 시도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다만 중국의 금리인상을 포함한 긴축의 강도가 변수"라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1990년대 '펀드매니저 사관학교'였던 한국투자신탁에서 1세대 스타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날렸다. 1997~1998년 한투에서 2년 연속 수익률 1위에 오르며 투자신탁협회(현 금융투자협회)로부터 펀드 수익률 1위 매니저로 꼽혔으며,LG투신으로 옮긴 후에도 'LG트윈스챌린지1호'를 운용해 최단기 수익률 100% 돌파 기록을 세웠다.

박 사장은 내년 지수 상승폭은 10~15%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코스피지수는 내년 말 2300~2400 정도로 예상한다"며 "지수보다는 종목이나 업종별 주가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전망의 근거로 그는 "세계 경제가 반쪽만 성장하고 있다"며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은 고속성장을 이어갈 것인 반면 미국은 더 나빠지지 않는 정도에 만족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국내 업종을 봐도 반쪽만 좋다"고 진단했다. 자동차 석유화학 등은 호황이지만 정보기술(IT) 금융 등은 여전히 불황이기 때문이다. 지수 영향력이 큰 IT · 금융주와 KT 한전 등이 부진한 상황에서 큰 폭의 지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또 "애널리스트의 어닝 예측이 맞은 적이 별로 없다"며 "내년 기업이익 전망은 상향보다는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지수는 크게 오르지 못하더라도 종목별로는 시세를 분출하는 화려한 장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 사장은 "1980년대 일본 기업들이 미국을 등에 업고 성장했다면 지금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을 등에 업고 레벨업 되는 과정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화가 절상되고 있으나 엔화에 비해서는 절상 속도가 늦다"며 "한국 주요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과 제품 경쟁력이 동시에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박 사장은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소비 증가의 덕을 볼 자동차주를 비롯해 중간재인 소재(화학)와 부품주,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관련주 등을 추천했다. 그는 "산업 내 글로벌 경쟁구도가 변했다"며 "이머징 마켓이 성장하는 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에는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박 사장은 "삼성전자는 스테이블한(안정적인) 회사는 될 수 있지만 주가 상승을 이끌 강한 실적 모멘텀(계기)이 없다"며 상승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 사장은 내년에는 펀드 자금 유입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한국 가계와 기업의 현금보유 규모와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사상 최고 수준이지만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워낙 커 펀드 쪽으로 자금이 급격히 들어오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글=서정환/사진=양윤모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