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날씨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해 놓고도 두 달 넘도록 배포하지 못하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8월 윈도모바일 기반 스마트폰용 '기상청 날씨' 앱을 완성,내부 테스트까지 마쳤으며 9월13일 무료 배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출시 직전 배포를 무기한 연기했고 현재는 출시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용 앱을 후속으로 내놓으려던 계획도 중단했다.

이는 유료 날씨 앱을 개발해 막 매출을 내기 시작한 민간 기상업체를 의식한 것이다. 애플 앱스토어에는 지난 5월 ESM소프트가 내놓은 '웨더스타'를 비롯해 케이웨더의 '케이웨더 VIP',GBM아이앤씨의 '웨더톡' 등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가격이 0.99달러에 불과하지만,웨더스타가 넉 달 만에 10만건 이상 팔려 누적 매출 1억원을 넘는 등 장사가 꽤 잘 되고 있다. 외국에서 만든 무료 앱에 비해 우리나라 날씨 정확도가 높아 인기가 좋다.

사업자들은 기상청 앱이 "민간에서 애써 개척한 유료 앱 시장을 '초토화'시킬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기상청 브랜드를 달고 공짜로 날씨를 제공하면 누가 우리 앱을 돈 주고 내려받겠느냐"고 우려했다.

이런 비판에 기상청이 멈칫하는 데도 이유가 있다. 기상청은 더이상 날씨 전달만 하는 기관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2008년 '기상산업 진흥'을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제시한 이후 기상청은 산업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현재 연 400억원대인 기상예보,기상컨설팅,기상장비업 등 '날씨 시장'을 2014년 2000억원까지 키우는 임무를 맡았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기상청은 기업의 사업 아이템이 될 수 있는 부가서비스는 하지 말아야 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앱 기획 의도는 대국민 서비스였지만 민간 영역을 침해할 소지가 높아 부서 간에도 의견이 달랐던 것으로 안다"며 "기상청으로선 간단치 않은 문제"라고 전했다.

앱 출시를 둘러싼 해프닝은 '날씨 콘텐츠 서비스는 민간에 맡겨달라'는 기상업계의 요구와 '날씨는 공짜로 널리 제공돼야 한다'는 국민 정서 사이에서 고민하는 기상청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