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옵션은 주어진 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행사가격)에 사들일 수 있는 권리이고 풋옵션은 팔 수 있는 권리다. 그런데 해당 자산을 100에 사들일 수 있는 콜옵션의 경우 자산 가격이 만기에 120이 된다면 120짜리를 100에 사들이게 되므로 20의 보상을 받게 돼 '행사가격보다 오른 만큼' 보상을 받는다. 풋옵션은 정반대로서 '행사가격보다 떨어진 만큼' 보상이 돌아온다. 옵션을 사들이는 매수의 반대편에는 옵션을 매도하는 투자자들이 있다. 이들은 옵션이 '당첨'되면 보상금을 물어주느라 엄청난 손실이 난다.

지난 11일 터진 금융사고는 주식시장 마감 전 10분간 이뤄지는 단일가매매 시장에서 발생했다. 장 마감 10분 전부터 시작되는 단일가매매시장 직전 주가지수는 KOSPI200 기준으로 254.62였는데 3시에 뚜껑을 열자 247.51로서 무려 7포인트가 하락했다. 풋옵션 매도자는 엄청난 보상금을 지급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이 중에서 와이즈에셋자산운용이 9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내면서 대형사고로 이어졌다.

이처럼 주가가 폭락을 한 것은 한 외국계 펀드가 도이치증권을 통해 1조6000억원가량의 막대한 차익거래 청산물량을 쏟아낸 것이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펀드는 지난 6월부터 매수차익거래 포지션을 쌓아왔다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이후 원화 약세 가능성이 제기되자 포지션을 청산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왜 선물만기일이 아닌 옵션만기일이었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옵션만기일에도 선물은 지속적으로 거래되므로 투자자는 얼마든지 차익거래 포지션을 청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펀드가 만일 자기의 대량 매도가 엄청난 주가 하락을 초래할 것을 예상하고 이를 토대로 풋옵션을 대량 매수해 엄청난 이익을 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과거 워버그 증권이 애널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주식 가격의 등락을 유도하고 이 때마다 선물가격이 출렁이는 것을 이용해 이익을 본 거래가 있었듯이 현물 · 선물 · 옵션 시장을 이용한 교묘한 작전성 거래는 외국인의 전용물이 되고 있는 측면이 있고 이 부분은 반드시 조사가 필요하다. 하나 안타까운 것은 올해 국내 공모펀드와 연기금에 대해 주식거래세를 부과하면서 우리 펀드들의 차익거래가 위축됐고 이 때문에 외국계 펀드의 영향력을 키운 것 아니냐는 점이다. 세금 좀 걷으려다가 국내투자자를 무장해제시킨 것은 아닌지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1998년 10월 모 증권사의 옵션차익거래 관련 매도물량이 동시호가 때 쏟아지면서 일부 투자자가 엄청난 손실을 기록하자 거래소는 옵션 만기일 오후 2시45분까지 프로그램 매매 예정물량을 공시하는 '선샤인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이번에 도이치증권은 프로그램 매도 예정물량에 대해 2~3분 늦게 공시함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5분밖에 없는 대비시간이 더욱 줄어들어 사실상 대비를 할 수가 없었다. 향후 공시제도를 더욱 보강해 대비시간을 늘리는 등 다양한 보완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옵션 매도에 따른 증거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적격 기관투자가에 대해 옵션증거금을 면제하고 사후에 정산하는 제도가 문제로 지적되지만 지난 4년여 동안 별 탈 없이 제도가 잘 유지돼 온 것을 보면 이 부분을 문제 삼기는 힘든 것 같다. 당국의 조사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참여자의 깨어있는 의식이다. 옵션매도가 가진 잠재적 공포,즉 한 방(?)에 날아갈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한 깊은 인식을 토대로 좀 더 각자의 리스크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철저한 조사와 사후관리가 이뤄져 옵션시장이 본래의 리스크관리 기능에 충실한 시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윤창현 < 서울시립대 경영학 교수·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