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황정명씨(53)는 알 수 없는 어깨통증으로 한의원에 침을 맞으러 갔다가 파킨슨병으로 보인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믿기 힘든 현실에 종합병원에서 검진을 해보니 한의사가 말한 그대로였다. 그 순간 정년퇴직으로 받은 얼마 되지 않은 퇴직금을 몽땅 투자해 몇 달 전 오픈한 분식집과 평소 허리가 좋지 않은 아내 얼굴이 떠올랐다.

인건비를 아낄 겸 직접 오토바이 배달을 하면서 아내와 함께 행복한 노후생활을 꿈꾸던 황씨는 하루아침에 파킨슨병 환자로 전락했다는 사실에 심한 충격을 받았다. 파킨슨병에 걸리면 숟가락 들기가 어려울 정도로 근육이 떨리고 힘이 없어 툭하면 넘어지는 등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어왔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일찍 발견해서 아직까지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한방치료에 맡겨보기로 했다.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보건당한의원(원장 이승환)은 이 같은 파킨슨병과 파킨슨증후군,치매 등을 집중 치료하는 뇌신경 전문 한의원이다. 복진과 뇌파검사로 이들 퇴행성 뇌신경질환을 5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각기 다른 한약을 맞춤처방으로써 초기에 질병을 다스리는 것을 특화시키고 있다.

파킨슨병은 뇌 흑질에서 도파민을 합성하는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돼 사멸하는 질환으로 사지가 떨리고,몸의 움직임이 느려지며,근육이 뻣뻣해지고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쉽게 넘어지는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다수의 환자가 목의 이물감,잦은 소변,변비 등 신체증상과 우울,불안,치매,불면증,잠꼬대,두통 등 정신증상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 파킨슨병과 파킨슨증후군 등은 뇌의 퇴행성 변화가 단순히 뇌세포의 노화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오장육부의 불균형에서도 비롯된다고 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해 증상을 호전시키는 치료를 한다. 보건당한의원은 중국 고대의 전설적 명의인 편작과 화타에 뿌리를 둔 치료 중심의 '상한론(傷寒論)'에 입각,배를 만져보는 복진(腹診)으로 파킨슨병 환자를 진단한다. 보조적으로 뇌파검사를 사용해 확진에 나선다.

복진은 한의학 고유의 4가지 진단법인 망문문절(望聞問切) 절진에 속한다. 환자의 몸에서 나타나는 증상을 흉복부를 촉지해 판단한다.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 복진을 하면 복직근의 긴장도가 강하고 배꼽 밑 단전부위는 마치 텅텅 빈 것 같은 느낌이 전해진다. 절진 가운데 진맥이 주관적인 성향이 강하다면 복진은 진맥에 비해 훨씬 종합적으로 환자의 증후를 파악할 수 있다.

서양의학에서 초기 파킨슨병 치료는 뇌신경 세포의 파괴를 예방하고 진행속도를 늦추기 위해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하는 약물을 투여하는 게 기본이 된다. 하지만 약물 복용이 장기화될수록 효과가 떨어지고 이상운동증이나 합병증이 생긴다. 이때 국소마취로 머리에 작은 구멍을 낸 후 미세전극을 뇌의 이상 부위에 삽입,전기자극을 주는 뇌심부자극술을 실시하게 된다. 증상을 완화시키고 악화 속도를 지연시키지만 병의 진행을 멈추게 하진 못한다.

이에 비해 한의학에선 병명에 얽매이지 않고 증상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치료에 나선다. 보건당한의원에서는 시호,반하,조구등,황금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약재를 우선 쓰고 인삼,황기,계지,용안육 등으로 양기를 북돋워 다리에 힘이 풀리는 등 파킨슨병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완화시킨다.

약재의 가짓수가 적은 것은 약이 가진 개성을 최대한 살려내기 위해 상한론에 바탕을 두고 처방했기 때문이다. 상한론은 2500년 전 모든 질환이 하나의 '병독(病毒)'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이를 '약독(藥毒)'으로 몰아내야 한다는 원리를 갖고 각 질병에 맞는 처방전을 기술한 의학서다. 요즘 국내 한의학이 지나치게 예방의학 중심의 양생(養生)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면 상한론은 치료의학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반성론의 귀착점이라 할 수 있다.

보건당한의원은 이런 원리를 토대로 청뇌안신환(淸腦安神丸)이란 퇴행성 뇌질환 치료 한약재를 특허 출원해 놓은 상태다. 질환의 유형 및 증상을 5가지로 분류해 인삼,용안육,황금,황련 등의 약재를 각각 다르게 처방했다. 이들 한약재는 약효를 높이기 위해 발효과정을 거친다. 발효를 하면 일반 한약보다 흡수가 잘 되고 혹시 모를 한약재의 잡독이 없어져 약성이 좋아진다. 인체 유해활성산소를 낮추는 항산화기능이 더해져 면역력 증강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유산균으로 발효한 쌍화탕을 인위적으로 간독성을 유발한 쥐에게 투여,간세포가 파괴되는 정도를 나타내주는 ALT(GPT)와 AST(GOT) 수치를 측정한 결과 발효 쌍화탕에서 각각의 수치와 관련한 간보호 효능이 일반 쌍화탕의 4.7배,3.2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8월 발표했다.

이승환 원장은 최근 6개월 동안 내원한 환자의 파킨슨병 환자 110명을 조사한 결과 15%(17명)가 40~50대라고 지적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를 앞두고 실직 위협,고령화로 인한 노후 걱정,자녀의 교육과 결혼문제 등으로 강도 높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게 40~50대 파킨슨병 환자의 증가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5~6년 전만 해도 40~50대 환자의 비중은 3%대로 미미했다"며 "도파민 호르몬의 부족 없이 파킨슨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파킨슨증후군 환자와 40~50대의 '젊은' 파킨슨병 환자들이 몇 년 사이 늘어난 사실은 스트레스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보건당한의원에는 파킨슨증후군 환자가 5년 새 15%가량 늘었으며 파킨슨병 관련 질환자 10명 중 3.5명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면 눈물이 해독작용을 하고 면역력을 증강시키며 도파민 분비 촉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뇌를 정화시켜 파킨슨병 치료에 도움이 된다"며 "감성적 혹은 통곡의 눈물을 보이는 환자들은 확실히 치료효과가 빠르고 좋았다"고 덧붙였다.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도리도리' 동작을 통한 뇌파진동요법도 스트레스를 줄이고 도파민 수치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 원장은 "이 같은 사실들은 파킨슨병이 뇌의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가질 게 아니라 마음을 편히 먹고 전신건강을 회복시키면 얼마든지 치유될 수 있다는 논거를 제시하는 것"이라며 "예컨대 신장의 기운을 강화하면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찬 파킨슨증후군 환자의 심리상태가 좋아지면서 치료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