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15일부터 골드뱅킹 신규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정부가 '금 통장 계좌'인 골드뱅킹에 대해 배당소득세를 원천징수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놨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작년 1월1일 이후 발생한 골드뱅킹 소득에 대해서도 원천징수 의무자인 은행들로부터 세금을 추징하겠다는 방침이다. 은행들로선 이미 돈을 인출해간 고객들로부터 배당소득세를 받아 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손실로 떠안아야 할 상황에 처했다.

골드뱅킹을 판매 중인 신한 · 국민 · 기업 등 3개 은행은 골드바 실물거래를 제외한 골드뱅킹 신규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키로 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정부의 명확한 과세 기준을 확인하고 원천징수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갖추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골드뱅킹을 비과세 상품으로 홍보해 온 상황에서 갑자기 과세 상품으로 전환할 경우 혼란이 예상돼 골드뱅킹 취급을 일시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작년 1월1일 이후 발생한 골드뱅킹의 배당소득이다. 국세청은 이 기간 중 원천징수세액을 은행들이 납부하라고 통보했다. 작년 2월 시행된 소득세법 시행령 제26조 3의 '기초자산 가격의 변동과 연계해 미리 정해진 방법에 따라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회피하기 위한 계약상의 권리를 나타내는 증권 · 증서에서 발생한 수익의 분배금은 배당소득에 포함된다'는 규정에 따라서다. 국세청은 지난 9월 골드뱅킹이 이 조항에 해당되는지 기획재정부에 질의했고 재정부는 골드뱅킹이 배당소득에 해당되며 지난해 1월1일 이후 발생한 골드뱅킹 이익은 배당소득으로 과세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신한은행의 경우 올해 지급된 골드뱅킹 금액은 약 3000억원에 달한다. 연 수익률 24.5%를 적용할 경우 차익 735억원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를 적용하면 약 114억원을 국세청에 납부해야 한다. 작년에 지급된 약 5000억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원천징수 세액을 내야 한다. 은행들은 이미 인출했거나 해약한 고객들에게 어떻게 원천징수 세액을 받아 낼지 고심하고 있다. 고객들로부터 돈을 받아내지 못하면 고스란히 은행 손실로 떠안아야 한다.

은행들은 "유권해석 전 소득에 대해서까지 소급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12일 현재 은행들의 골드뱅킹 잔액은 신한 3566억원 등 4020억원에 달한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