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등 채권단은 16일 현대건설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발표키로 했다. 앞서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그룹은 채권단이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 마련한 접수처에 15일 오후 본입찰 서류를 제출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공정성 등에 대한 잡음을 없애기 위해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이 낸 본입찰 서류에 대한 밤샘 심사를 거쳐 곧바로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입찰 서류 평가는 정책금융공사 외환은행 우리은행 등 채권은행 3곳,메릴린치증권과 산업은행 · 우리투자증권 컨소시엄 등 매각 주관사 2곳이 함께 참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모두 입찰가를 4조원 이상 써냈을 가능성이 크다"며 "가격이 비슷하다면 조달자금의 성격과 재무건전성 등 비가격 요인에서 승패가 갈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본입찰 참가…서로 다른 표정

현대차그룹에선 인수 태스크포스(TF)를 이끈 조위건 현대엠코 사장이 본입찰 서류를 직접 냈다. 이날 오후 2시45분께 서류를 제출한 조 사장은 "경제적인 가격을 써냈으니 좋은 결과를 기대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상대방이 예상보다 높은 가격을 써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여러 가지 생각하는 게 있고 여러 요인을 감안했다"고 전했다.

현대그룹에선 진정호 전략기획본부 상무가 서류를 접수했다. 진 상무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최선을 다했다"며 "공정한 심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금 조달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나오자 "그만합시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이 채권단에 제출한 서류 분량은 다소 차이가 났다. 현대차그룹은 조 사장이 직접 들고 온 황색 얇은 봉투와 직원들이 갖고 온 보자기로 싼 서류뭉치 3개가 전부였다. 현대그룹 측은 회색 박스 5개 분량의 서류를 직원들이 운반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수 후 경영계획 등에 대한 서류와 함께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증명원도 필요하다"며 "자체 자금으로 인수전에 나선 현대차그룹과 외부 조달이 많은 현대그룹의 서류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현대차그룹 다소 유리"

크레디리요네(CLSA)증권은 보고서에서 "정책금융공사가 비가격적 요인을 참고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어떤 경우든 현대차그룹이 이 게임에서 좀 더 앞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주요 평가기준으로 가격뿐 아니라 비가격 요소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다소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채권단 측은 이와 관련,"비가격 요소 등을 포함한 선정 기준에 대해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다"며 "선정 기준은 비공개로 심사팀에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가격 대 비가격 비중이 65 대 35로 조정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매각 때의 70 대 30에 비해 비가격 비중이 다소 높아졌다.

김수언/이태훈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