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210여개 재개발(주거환경개선사업 포함) 사업장이 '구역지정 원천무효' 위기에서 벗어났다. 재개발 구역지정 요건을 명시한 서울시 조례가 상위법령인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하 도정법)' 시행령에서 위임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법원 2심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경기도의 재개발 조례에 대해 무효 판결이 내려진 후 서울에서도 무효 판결이 나올 것으로 관측됐으나 유효판결이 내려져 사업이 계속 추진될 수 있게 됐다.

서울고등법원 제2행정부(부장판사 김병운)는 김모씨 등 서울 마포구 상수1 · 2 주택재개발 정비구역 주민 2명이 "서울시는 재개발 구역지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서울시의 구역지정은 정당하다"며 최근 항소를 기각했다.

서울시는 앞서 시 · 도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에 따라 2007년 상수 1 · 2구역을 정비구역으로 지정했다. 이에 김씨 등은 2008년 "서울시가 현황 조사를 하지 않고 지정했다"며 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1심에서 패했다. 이 재판 기간 중 경기도에서 "법령을 일탈한 도 조례로 지정된 재개발 정비구역을 취소한다"는 판결이 나오자 김씨 등은 경기도 사건처럼 시 조례 자체를 문제삼아 항소했다.

서울시 조례 4조2호는 '호수밀도'와 '주택접도율'(주택이 도로와 접한 정도)을 구역지정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또 노후 · 불량 건축물 60% 이상인 1만㎡ 이상 지역에서 △주택접도율(40% 이하) △너무 적거나 모양새가 일정치 않고 길면서 좁은 필지수(50% 이상) △호수밀도(1㏊ 당 60호 이상) 등 요건 1개 이상을 충족하면 정비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김씨 등은 상위법인 도정법 시행령이 무허가 건축물과 노후 · 불량 건축물의 수 등에 대해 시 · 도 조례로 세부 요건을 지정토록 하고 있는 데 반해 현행 조례는 이 같은 위임 범위를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은 "호수밀도는 도정법 시행령 10조1항의 별표에서 구역지정 요건으로 들고 있고 주택접도율 역시 별표에서 '정비기반시설의 열악'을 판단하기 위한 지표로 사용돼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상수 1 · 2구역 외에 행당6구역,효창4구역,상계5재정비촉진구역(뉴타운) 등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 재판에 들어가 있지 않지만 소송 움직임이 있었던 다른 구역은 진정될 개연성이 높아졌다.

상수 1 · 2구역 주민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화우의 손태호 변호사는 "서울시 조례가 경기도 조례에 비해 도정법 시행령에 더 충실하기는 하지만 역시 위법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대법원 상고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의 경우 서울고법이 지난해 안양시 냉천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 사건에서 경기도 조례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 당시 판결에서는 상위법과 달리 도 조례에서 무허가 건물 수 등을 따지지 않고 노후 · 불량건축물이 50% 이상이면 구역으로 지정토록 해 상위 법령을 위반했다고 판시했었다. 당시 판결은 주민과 경기도,안양시가 모두 상고하지 않아 확정됐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