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11 옵션쇼크'의 파장을 키운 와이즈에셋자산운용의 '현대와이즈다크호스사모파생상품1호'(이하 다크호스 펀드)의 무리한 투자 전모가 드러났다. 금융당국 조사에 따르면 이 펀드는 법에서 정한 투자 한도를 73배나 웃도는 불법적인 옵션 투자로 파국을 맞았다. 2년 전인 500억원으로 출범한 뒤 이번 만기일 전까지 자산이 75%나 쪼그라들자 규정을 무시하고 '위험한 도박'을 한 데서 사태가 시작됐다.

◆무리한 '스트랭글 매도'가 화근

풋옵션 매도에서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이 펀드가 취한 전략은 정확히 표현하면 '스트랭글 매도'다.

다크호스 펀드는 옵션만기일 당일 행사가격 252.5에 풋옵션 18만계약을 대량 매도하고,동시에 행사가격 257.5에 콜옵션 7만계약을 매도했다.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이 전략은 만기일 코스피200지수가 252.5~257.5 사이에서 끝나면 풋옵션 매수자가 지불한 프리미엄을 먹을 수 있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다. 주가가 크게 변동하지만 않으면 성공할 수 있어 만기일에 기관들이 쓰는 단골 전략이다.

다크호스 펀드는 총 25만계약의 옵션 매도로 18억원의 프리미엄을 옵션매수자에게서 챙겼다. 하지만 장 마감을 10분 앞둔 동시호가 직전만 해도 안정적으로 움직이던 지수가 도이체방크 런던법인에서 쏟아진 2조원대의 매수차익거래 청산 매물로 2.99% 급락했다. 지수가 수익 구간을 벗어나면서 풋옵션 매도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실패로 끝났다. 18억원을 벌려다가 888억원의 손해를 본 셈이다.

◆과도한 베팅 책임공방 불가피

무리한 베팅이 사태를 키운 점이 드러나 책임 공방이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다크호스 펀드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의 적용을 받아 펀드 자산의 5배까지 투자할 수 있다. 펀드 자산 124억원의 5배인 620억원이 최대 위험 부담액이었다.

하지만 다크호스가 안은 만기일 위험평가액은 4조5000억원대로 73배에 달한다. 옵션거래의 위험평가액은 계약 수×코스피지수×10만원으로 산출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옵션의 매수 주문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들어와 중개회사인 하나대투증권이 관여하기 힘든 상황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규정을 어긴 베팅이 확인된다면 하나대투증권과의 책임 공방에서 와이즈에셋이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에 앞서 하나대투증권은 시장규칙에 따라 다크호스 펀드의 손실 중 760억원을 풋옵션 매수자들에게 먼저 결제한 상태다.

이 대금은 와이즈에셋이 하나대투에 지급해야 하지만 뮤추얼펀드에서 낸 손실이라는 이유 등을 들며 지급을 거부하고 있어 하나대투 측이 실력 행사를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운용을 내부에서 통제하지 못한 와이즈에셋과 무리한 주문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하나대투 간 책임 공방이 더 뜨거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


◆ 양매도

만기가 같은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도하는 옵션 투자전략이다. 콜옵션과 풋옵션의 행사가격이 다르면 '스트랭글 매도',같으면 '스트래들 매도'로 부른다. 스트랭글 매도는 기초자산이 매도한 콜옵션과 풋옵션의 행사가격 내에서 움직이면 옵션 매수자가 지불한 프리미엄을 수익으로 얻는다. 하지만 행사가격이 가격 범위를 벗어나면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