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부모님 안심하고 모실곳 없을까
인구 고령화로 요양병원이나 노인전문병원,요양시설 등이 늘고 있다. 차를 타고 도시지역 변두리로 빠지면 확연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나이 들어 질병에 시달리는 부모를 안심하고 모시기에 마땅한 병원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65세 이상 노인의 진료비(공단 급여비+본인 부담금)는 6조927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조308억원에 비해 14.9% 증가했으며 전체 진료비 21조4861억원의 32.2%를 점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요양병원도 크게 늘어 2004년 113개,2005년 200개,2006년 361개에서 올 7월 말 현재 833개로 불어나 5년 만에 4배 이상 증가했다. 올 3분기 병상 수는 10만6948개로 2007년 6만6346개,2008년 7만6608개에 비해 크게 늘었다. 3년 만에 61.2%나 증가한 것은 그만큼 요양 서비스 수요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의료 서비스가 과잉 공급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18년부터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4% 이상)에 접어들기 때문에 하루빨리 노인의료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게 당위론이다. 그러나 최근 5~6년 새 우후죽순으로 요양병원이 생기면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질 낮은 서비스로 돈만 챙긴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는 "병상 수급 계획에 따라 요양병원 병상 수를 적정 규모로 유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가 병상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막지 못해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또 요양병원에 대한 진료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를 웃도는 인건비 증가 때문에 오히려 손실이 나고 저수가체계에서 서비스 질을 유지하느라 허덕인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환자를 둔 가족들의 입장에선 별로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노인의료시설은 크게 의료법에 규정된 요양병원과 노인병원,노인복지법에 근거한 노인전문병원이 있다. 똑같은 의료기관이지만 노인전문병원은 의사가 아닌 사람(법인)도 설립할 수 있다.
[한경 Better life] 부모님 안심하고 모실곳 없을까
요양병원은 의사 또는 한의사가 의료를 행하는 곳으로 30~480병상을 갖출 수 있다. 연평균 하루 입원환자 40명당 의사 1명을,연평균 하루 입원환자 6명당 간호사 1명을 둬야 한다. 일반병원보다 의사 및 간호사 고용 기준이 약하지만 사회복지사나 물리치료사를 추가 배치토록 한 게 특징이다. 요양병원은 본래 암 교통사고 뇌졸중 심장병 등의 급성기 치료를 마치고 요양하려는 사람을 위한 의료기관이므로 노인 전용 병원은 아닌 셈이다. 노인전문병원도 거의 비슷한 기준을 적용받는다. 따라서 흔히 노인병원하면 (노인)요양병원과 노인전문병원을 통틀어 일컫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일반적으로 요양시설은 '요양원' '노인전문센터'로 불리며 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의료 서비스보다는 노인 수발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료의 6.55%를 별도로 징수한다. 급여 대상은 65세 이상 노인 또는 65세 미만 노인성 질환을 가진 사람으로 1등급(침대에서 움직일 수 없는 와상 상태),2등급(타인의 도움 및 휠체어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상태),3등급(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외출이 가능하며 신변 처리에 부분적 도움을 받는 상태)으로 분류된다.

[한경 Better life] 부모님 안심하고 모실곳 없을까
올 8월 말 현재 장기요양기관(입소시설)은 3546개소,재가장기요양기관은 1만1210개소가 허가돼 있다. 집에서 수발ㆍ간호 서비스를 받으면 장기요양급여의 15%를 본인이 부담하지만 시설에 입소하면 20%를 부담해야 한다. 요양시설은 간호사나 사회복지사 등 의사가 아니어도 설립할 수 있다. 따라서 의료 서비스는 요양병원이나 노인전문병원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급증으로 과당 경쟁과 서비스 질 하향이 문제가 되고 있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부실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부당하게 건강보험료와 장기요양보험료를 청구하는 곳도 여전하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주기적으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운용 실태를 점검해 부당 청구기관을 적발해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140개 요양병원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56개 기관이 인력 또는 시설 운영 실태를 허위 신고해 부당하게 17억원의 급여비용을 지급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요양병원의 서비스 평가 결과를 1~5등급으로 평가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아울러 요양병원 선택에 필요한 7가지 참고 기준을 제시했다. 병원의 △환기ㆍ청결ㆍ조명 상태 △간호사ㆍ의료인력 현황 △환자 편의시설 △병실 및 화장실의 문턱ㆍ미끄럼 방지시설 여부 △욕창 발생 및 소변줄 삽입 최소화 노력 등이다.

구체적으로 의료인력은 내과 재활의학과 신경과 정신과 가정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의 전문의가 1명 이상 상주하고 있는 병원이라야 복잡한 질환을 종합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간호사와 재활치료사의 숫자도 중요하다. 환자의 조속한 일상 복귀를 도울 재활치료사(물리ㆍ작업ㆍ언어치료사 등)도 충분해야 한다. 평판이 좋은 병원에는 자원봉사자나 무료 간병인도 많이 몰리는 만큼 참고할 만한 기준이 된다. 저소득층이나 독거노인은 무료 공동간병인제도를 기대할 수도 있다.

장기 입원 환자가 무료한 일상을 보내면 욕창 우울증 섬망(망상을 동반한 일시적 의식장애지만 치매처럼 지속적이지 않음) 등에 걸리기 쉽다. 따라서 종이접기 건강체조 음악요법 미술요법 웃음요법 등 다양한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을 가진 병원이 좋다.

또 균형 잡힌 식단과 환자의 소화 기능을 반영한 맞춤 식단을 제공하는 곳이 바람직하다. 만성환자는 삼킴 곤란(연하장애)이나 변비를 호소하므로 1 대 1 영양상담을 통해 개별적으로 식단을 짜주는 곳이 좋다.

요양병원은 집에서 1시간 거리 이내에 있고,지하철역 버스정류장 등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쉬운 곳에 인접하며,10분 이내에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으로 옮길 수 있는 거리와 시스템을 갖춘 곳을 선택하도록 한다.
[한경 Better life] 부모님 안심하고 모실곳 없을까
욕창은 최소 1~2시간마다 환자의 위치를 바꿔줘야 예방할 수 있다. 요실금이 있으면 기저귀보다는 카테터(도뇨관)을 이용해 소변을 배출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에 따르면 국내 요양병원의 하루 평균 귀저기 사용량은 5.5개다. 기저귀를 사용하면 사타구니 및 회음부에 습진과 욕창이 생길 확률이 높다. 따라서 의사의 관리 아래 카테터가 위생적으로 삽입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뇨병 환자라면 장기간의 혈당 변화 추이를 반영하는 당화혈색소(전체 헤모글로빈 중 혈당과 결합한 것의 비율)를 체크해주는 게 필요하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조사 결과 모든 당뇨 환자에게 이 검사를 실시하는 요양병원은 1.4%에 불과했고 전혀 실시하지 않는 기관도 21.0%에 달했다. 당화혈색소 체크 여부는 병원이 당뇨 환자에게정성들여 혈당 관리를 해주는지가늠해볼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이 밖에 산소공급장비,산소흡인기,심전도 모니터,혈중 산소포화도 감시장비 등이 중증 입원 환자 수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족한 곳이 상당하기 때문에 긴급 의료장비 현황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신영민 서울시 북부노인병원장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인터넷으로 검색하거나 주위 사람의 평판만 믿고 요양병원을 선택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며 "병원 내 청소 상태,자원봉사자 활동,카테터 및 욕창 관리 등이 양호한지 살펴보면 참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