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애플에서 아이폰과 아이팟 개발을 담당했던 마크 페이퍼매스터 이사가 결국은 시스코행을 택했다.그는 정보기술(IT) 업계 간 고급 인재 영입과 유출 경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최근 사례로 꼽힌 주인공이다.

미국 CNN방송은 페이퍼매스터가 애플보다 시스코에서 더 행복해질 것이라며 14일 이 같이 보도했다.그는 시스코에서 자신의 전문인 응용회로 부문을 담당하게 됐다.

페이퍼매스터는 애플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가 2008년 11월 IBM에서 그를 직접 영입하면서 화제에 올랐다.당시 IBM은 자사의 거래 비밀과 핵심기술을 알고 있는 페이퍼매스터의 애플행을 금지해 달라고 연방법원에 가처분소송을 제기했다.공탁금으로 300만달러를 맡긴 소송이었다.페이퍼매스터는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담당하는 등 IBM에서 25년 동안 헌신한 인재였기 때문이다.

이런 지리한 법정 공방 끝에 페이퍼매스터는 IBM의 기밀을 애플에 제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2009년 4월 애플로 이적했다.하지만 올 8월 16개월 만에 다시 애플을 등지는 신세가 됐다.관련업계에서는 아이폰 책임자인 그가 아이폰의 ‘안테나게이트(안테나 수신불량)’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는 등의 갖가지 억측이 나돌았다.

안테나게이트 이전 수 개월 이전부터 페이퍼매스터가 잡스의 신뢰를 잃었다는 얘기도 들렸다.그는 애플이 요구하는 창의적인 사고를 보여주지 못했으며,권한을 부하들에게 이양하기보다 세세한 부분까지 임원들이 직접 챙기고 책임을 지는 애플의 기업문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사내 정치를 활발히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는 추측마저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페이퍼매스터가 자신의 옷장에 충분한 티셔츠와 청바지를 갖고 있지 않았던 탓”이라고 꼬집었다.티셔츠와 청바지는 스티브 잡스가 신제품 발표장에서도 즐겨입는 복장으로 애플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기업문화 코드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