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16일 최종 결정되자 현대차그룹주와 현대그룹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6일 오전 11시 3분 현재 현대상선은 전날보다 6600원(14.62%) 내린 3만8550원에 거래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증권도 10~14% 가량 급락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1.98%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기아차도 0.60% 오름세다.

전문가들은 "그간 유력한 인수자로 점쳐왔던 현대차그룹의 경우 이번 인수로 재무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주가에 이미 반영된 상황"이라며 "인수에 실패한 만큼 주가는 제자리를 찾으며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현대그룹의 경우 이번 인수전에서는 '승자'가 됐지만 계열사인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등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진단이다.

고태봉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그룹은 회사채와 기업은행 발행, 유상증자 등을 통해 현대건설 인수자금을 마련했다"며 "현대건설 인수 이후 부채를 상환하는데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의 역량을 키우기 보다는 오히려 현대건설의 자금이 현대그룹 부채 상환에 쓰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에 따라 대우건설과 금호산업에서 봤던 '승자의 저주'가 되풀이될 가능성을 시장에서 우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현대상선 입장에서는 현대건설 M&A가 이뤄지지 않는 게 주가 측면에서는 좋았을 것"이라며 "1조원이 넘는 현금을 선박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에 따라 자금 부담이 늘어나며 주가 발목을 잡을 것이란 얘기다.

반면 이번 인수에서 실패한 현대차그룹의 경우 주가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인수대금으로 쓰일 뻔한 자금이 미래성장 동력이 될 전기차 등 투자자금으로 쓰이게 됐다"며 "현대차그룹이 현금보유 능력이 뛰어나다해도 인수로 투자자금이 줄어드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든다는 발표가 나온 후 불과 일주일 사이 현대차그룹 3사의 시가총액 6조원이 증발했었다"며 "현대건설 인수가 무산됨에 따라 주가는 원래대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