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은 융합이라는 큰 틀로 가야 합니다. 과학기술 거버넌스 개편이 민간 과학기술인과 공무원들 간 밥그릇 싸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

김석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사진)은 16일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이화여대 교수 출신으로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녹색기술의 전도사'를 자임하며 최근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상설화 등 과학계 이슈에 대한 고언을 쏟아냈다.

김 원장은 "과학계에 전문가는 정말 많은데 정책적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드물고,소신 있게 의견을 말하는 전문가도 찾기 힘들다"며 "재정적 지원 여부를 두고 이리저리 눈치만 보기 때문에 과학계의 힘이 제대로 모아지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출연연구원 통 · 폐합 문제에 대해 그는 "행정적 측면과 연구 · 기술적 측면은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연구자들은 소속 연구원의 브랜드 가치 등을 논하지 말고 연구에 전념하고,나머지는 행정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가칭 '월드 그린 펀드'와 '그린 테크놀로지 뱅크' 등을 한국이 주도적으로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녹색기술에 대한 세부 정보를 각국이 공유하며 발전시키고 녹색기술 개발 국가나 기업에 글로벌 자금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다소 이상적인 발상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어떤 선진국도 모든 녹색기술을 안고 가기에는 비용 부담이 큰 만큼 이들 기구를 통해 효율적 분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산업화가 계속 진행 중인 중국 인도 아프리카 등 신흥 공업국들은 녹색기술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이들을 글로벌 녹색기술 선순환 속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도 충분히 고려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18~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 후원으로 열리는 '2010 서울과학기술포럼'에서 전 세계 33개국 68개 공공연구기관장과 함께 녹색기술에 대한 글로벌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