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참사가 날 때마다 지적되는 화재보험의 허점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드러났습니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

지난 12일 경북 포항시 인덕노인요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화재보험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보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는데,불에 탄 건물에 대해서는 수억원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상황이 이번에도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화재로 사망한 10명의 유족에게 주어지는 보상금은 1인당 1000만원도 안된다. 요양원이 가입한 화재보험 보상 한도가 건물은 4억원에 달하지만,화재 피해자에 대해서는 총 1억원에 불과한 탓이다. 작년 11월 발생한 부산 사격장 화재의 판박이다. 당시 15명이 사망했지만 사격장 건물은 전체가 탔을 때 6억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 화재보험에만 들었을 뿐,화재 피해자를 보상해주는 대인 보험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보상금은 국민 성금과 부산시 지원 등으로 마련됐다.

이 같은 전례에 비춰보면 이번에도 지방자치단체가 국민의 세금으로 유족과 피해자들에게 보상할 소지가 크다. 1994년 32명이 사망한 성수대교 붕괴사건을 비롯해 1995년 502명이 사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씨랜드 화재 사건과 인천 호프집 화재 때도 보상은 항상 지방정부의 몫이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은 화재보험법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부산 사격장 참사 후 금융위원회는 부랴부랴 화재보험법을 뜯어고쳐 내년부터 한 건물 내에서 음식점 노래방 PC방 등 다중이용시설로 사용하는 바닥 면적이 2000㎡ 이상일 때 화재보험에 의무 가입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에 사고가 난 노인요양원은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다. 건물 내 다중이용시설의 바닥 면적이 2000㎡ 이상이 되려면 건물 규모가 상당히 커야 한다. 전국 109만여개의 상업용 건물 중 이 기준에 맞는 곳은 0.3%도 안 된다.

정부는 건물주의 보험료 부담을 고려한 것이라고 하지만,화재 위험도가 가장 높은 대형 유흥주점도 1년 보험료가 2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화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강동균 경제부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