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리더십으로 중재하고 조정해 세계 경제가 나아가야 할 '글로벌 내비게이션'을 만들었다. "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G20 서울 정상회의의 성과를 이같이 평가했다. 윤 장관은 16일 재정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지난주 G20 정상들은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의 경로와 실행 계획에 합의했다"며 "지금 우리는 지구촌의 미래에 대단히 큰 영향을 미칠 새로운 경로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이라는 용어를 통해 서울선언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경로의존성은 한번 경로가 만들어지면 옳든 그르든 후대에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는 것을 뜻한다"며 "이는 우리가 기존 경로를 따르는 룰 테이커(rule taker)가 아니라 새로운 길을 만드는 룰 메이커(rule maker)가 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창을 베고 자면서 아침을 맞는다'는 뜻의 고사성어 '침과대단(枕戈待旦)'을 인용해 G20 정상회의를 준비한 지난 1년간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G20 정상회의를 유치한 그날부터 갑옷을 벗지 못한 채 야전에서 전투 태세로 보낸 느낌"이라며 "보통은 에너지의 70~80%를 쓰고 20~30%는 비상용으로 남겨두는 기분으로 일하는데 그동안은 저녁이면 기진맥진한 날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아침이면 낯설고 새로운 힘이 몸에 가득 채워졌다"며 "당대의 과제를 당대의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10~20년 후 한국 경제의 위상을 상상했을 때 나오는 엔돌핀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내년 예산안과 세제개편안의 국회 통과,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경제정책 과제 등에 전념해 달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예산과 관련,"농부가 씨앗을 삶아먹거나 소를 잡아먹으면 안 되듯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늘 고려해 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윤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물가 안정의 기반 위에 경기 회복세가 장기간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경기 회복이 계속되겠지만 유럽 일부 국가의 재정난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불안 요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