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입주 2년, 전셋값 2배 껑충…분당ㆍ용인 확산
경기 판교 운중동 산운마을 5단지 105㎡ 아파트에 살고 있는 박진식씨(45 · 자영업)는 전셋집 구할 생각에 밤잠을 설친다. 박씨는 판교 신규입주로 전셋값이 떨어졌던 작년 1월 1억4000만원에 이 아파트를 계약했다. 지금 전세 시세는 2억8000만원으로 2배 올랐다. 재계약을 포기한 박씨는 용인시 성복동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비슷한 면적으로 옮기려면 4000만~6000만원의 목돈이 필요한데다 매물도 귀해서다.

판교발(發) 2차 전세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2년 전 입주한 판교 아파트가 내달부터 순차적으로 재계약에 들어가면서 전셋값이 2배로 오르고 주변지역 가격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석 이후 잠실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서 촉발된 전세난이 겨울방학을 앞두고 판교에서 재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세 동난 분당 용인

판교 입주 2년, 전셋값 2배 껑충…분당ㆍ용인 확산
16일 판교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수요가 많은 105~110㎡(32~33평형) 전셋값은 서판교 산운마을 2억7000만~3억원,동판교 봇들마을 3억~3억2000만원 선이다. 2년 전 입주 당시 서판교가 1억4000만~1억7000만원,동판교는 1억6000만~2억원대였다.

내달부터 판교 아파트들이 입주 2년차를 맞아 재계약이 이뤄지면 전셋값 상승세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운중동 산운마을 8단지 371채를 시작으로 2만7000여채(주상복합 포함)가 계약경신 대상이다. 내년 1월 운중동 산운마을 5 · 10단지 525채,2월 산운마을 4단지,삼평동 봇들마을 1 · 2단지 등 2090채가 각각 재계약을 하게 된다.

분당 수내동 일진공인의 김정두 대표는 "분당 이사 수요와 판교 영향 등으로 105㎡ 전셋값이 2억7000만~2억8000만원대로 한 달 새 4000만원 올랐지만 매물이 없다"고 설명했다. 용인 성복동 동천태양공인 박찬식 대표는 "110㎡는 2억원대로 일주일 사이 1000만원 뛰었다"고 전했다.

◆태재고개 넘는 전세 수요

판교 세입자들은 전셋값 부담이 커지자 주변으로 옮기고 있다. 이에 따라 분당과 동천 · 성복동 등 용인 수지구에선 160㎡(48평형) 이상을 제외하곤 전세 매물이 사라졌다. 최근 입주한 SK케미칼을 비롯해 300여개 업체가 2013년까지 판교테크노밸리에 들어올 예정이어서 매물찾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일부 판교 세입자는 수진동 등 성남 구시가지와 태재고개 너머 광주시 오포읍,용인 구갈 등에서 전셋집을 찾고 있다. 광주시 오포읍 신현리 S공인 관계자는 "취학 아동이 없는 젊은 세대는 2년 전 판교 수준인 오포읍 등에서 전셋집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광주시 전셋값 상승률이 올 들어 처음으로 수도권 평균을 넘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4~12일 0.16% 올라 수도권(0.14%)을 웃돌았다.

판교발 전세난과 내달 말 예상되는 서울 강남 · 목동 등지의 학군수요가 맞물리면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로 0.25%포인트 올린 것도 전세 수요를 늘릴 것으로 분석된다.

박종덕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 부동산투자부문장은 "소폭이긴 하지만 기준 금리가 인상된데다 내년 수도권 입주 물량도 37% 줄어 판교발 2차 전세대란이 우려되고 있다"며 "전세난을 막기 위한 정부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