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7~9월) 어닝시즌의 최대 관심사는 '기업의 영업이익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2분기 수준을 넘어설 수 있을까'였다. 전문가들은 3분기를 고점으로 4분기부터 실적 둔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16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12월 결산 566개사의 3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기업의 영업이익은 소폭 감소세로 돌아섰다. 환율 하락과 선진국의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기업의 이익 모멘텀이 예상보다 일찍 꺾인 셈이다. 이번 집계 대상에서 국제회계기준(IFRS)을 조기 도입했거나 결산기 변경,분할 · 합병으로 실적 비교가 불가능한 삼성전자 등 81개사는 제외했다. 전문가들은 실적 모멘텀 둔화가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하는 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성장 · 수익성 뒷걸음

12월 결산법인의 3분기 실적은 전반적으로 2분기보다 부진했다. 우선 매출은 198조6782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1.76% 줄어,기업의 성장성이 다소 둔화됐음을 보여줬다. 건설업(-14.03%) · 비금속광물업(-13.32%) · 금융업(-11.93%) 등의 매출이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의 주력산업인 전기전자(-2.18%) · 운수장비(-2.17%) 업종도 소폭 줄었다.

수익성 역시 뒷걸음질쳤다. 3분기 영업이익은 16조742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0.57% 감소했다. 영업이익 감소 규모가 가장 큰 업종은 철강금속(-1조3486억원) · 화학(-5571억원) · 서비스업(-3555억원) · 건설업(-2077억원) 등이었다. 기업별로는 한국제지의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99.91% 급감했고,대한도시가스(-99.56%) 태원물산(-99.01%) 동일고무벨트(-98.66%) 등도 감소율이 높았다.

분기보고서를 아직 제출하지 않은 IFRS 적용 기업을 포함해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전자 등 IFRS적용 기업을 포함한 전체 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은 23조436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5.21% 감소했다. 매출보다 영업이익이 덜 감소한 덕에 상장사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8.43%로 2분기(8.33%) 대비 소폭 개선됐다. 그러나 금융업을 제외한 영업이익률은 7.48%로 2분기(8.15%)보다 악화됐다.

순이익이 전 분기 대비 20.00% 늘어난 16조5773억원을 기록한 것이 그나마 고무적인 결과다. 하이닉스는 순이익이 전 분기 대비 60.69% 늘었고,기아자동차는 19.52% 증가했다. 신일평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전기전자와 자동차 업체의 수출 호조 덕분에 해외 자회사의 이익이 크게 늘면서 기업의 순이익 규모가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기업들의 실적 역시 크게 개선됐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3.24% 늘었고,누적 순이익은 73.35% 증가했다.

◆54개 기업은 흑자전환

일부 기업들은 3분기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 중 영업이익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기업은 현대상선으로 전 분기 대비 90.45% 증가했다. 대우조선해양(77.56%) 하나금융지주(52.14%) SK㈜(26.28%) 외환은행(26.18%) 기업은행(20.86%) 등도 3분기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보다 대폭 개선됐다.

한국전력을 비롯한 54개 기업은 전 분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한국전력은 2분기에 8148억원의 순손실을 봤으나 3분기에는 8457억원 순이익을 냈다. 이 밖에 우리금융지주 대한항공 KB금융 등도 3분기 들어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강원랜드(48.30%) 엔씨소프트(47.60%) NHN(46.36%) 등은 영업이익률이 50%에 육박,고수익 기업임을 또 한번 입증했다.

기업들의 재무 안정성도 높아졌다. 작년 말 106.49%였던 기업의 부채비율은 지난 9월 말 현재 98.12%를 기록,8.37%포인트 하락했다. 한국전기초자 성보화학 삼영홀딩스 유엔젤 환인제약 등은 부채비율이 10% 이하였다.

신 연구위원은 "4분기에는 성과급 지급 등의 일회성 비용 때문에 기업들의 실적이 3분기보다 더 둔화될 것"이라며 "내년에는 실적 개선폭보다는 이익의 절대 규모 자체가 얼마나 높게 유지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