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단 =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부터 처음 도입된 전자호구에 태권도 종주국 한국과 '강호' 이란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렸다.

17일 오후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경기가 처음 열린 광둥체육관에는 이란 국가가 두 차례나 연주됐다.

장경훈(수성구청)을 1회전에서 꺾은 알리레자 나스라자다니와 87㎏급 결승에서 박용현(용인대)을 물리친 유세프 카라마가 연이어 1위 시상대에 오르면서 이란은 이날 태권도에서만 2개의 금메달을 챙겼다.

반면 이날 3명이 출전한 한국은 애국가를 울리지 못했을 뿐 아니라 메달 수상자들의 국기 게양식에서도 단 한 번만 끼는 참담한 결과를 내며 종주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한국과 이란의 상반된 성과는 이번 아시안게임부터 처음 도입된 전자호구(라저스트사 제품)에 대한 적응도 차이였다는 게 코칭스태프들의 분석이다.

한국 선수들은 라저스트사에서 만든 전자호구를 가지고 제대로 훈련하지 못했다.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에서 지난 9월에야 전자호구 제조사를 알려주면서 부랴부랴 준비했지만 충분히 적응할 여유가 없었다.

류병관 대표팀 감독은 "국내에서 이번 사용된 전자호구를 전혀 사용해보지 못했다.

선수들의 발차기 기술을 전자호구에 맞춰야 했는데 적응기간이 짧았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라저스트사의 전자호구는 센서가 닿는 면적을 중요시하는 방식이지만 우리는 그동안 때리는 강도에 중점을 둔 전자호구를 사용해 왔다"며 "정확하고 힘있게 내지르는 방식으로 경기를 치르면서 점수를 제대로 못 받았다.

반면 이란은 바짝 붙어서 우리의 공격이 들어가면 피하면서 발바닥으로 밀어버리는 방식으로 점수를 땄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이란은 4년 전부터 라저스트사가 제조한 전자호구로 훈련하면서 득점하는 요령을 터득해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는 게 류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이란은 클럽 위주로 매주 경기를 치르면서 전자호구에 적응이 완벽해졌다.

라저스트사의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구입해 적응도를 높이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말 그대로 전자호구를 통한 득점의 달인들이 됐다"고 덧붙였다.

(광저우=연합뉴스)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