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의 이목이 온통 동북아시아에 쏠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동북아시아 도시들이다. 지난 11일과 12일 서울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렸고 연이어 일본 요코하마에서는 아 · 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중국 광저우에서는 아시안게임이 한창이다.

세계 영상매체에서는 연일 개최도시들이 배경화면으로 등장하며 도시의 랜드 스케이프를 보여준다. 행사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행사 개최도시들의 매력이 또 다른 관심거리가 되고 있으며 이것이 세계인의 기억 속에 남아서 도시의 브랜드 자산이 될 것이다.

G20 서울 정상회의는 여러모로 우리의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번 회의는 과거 88올림픽이나 2002월드컵과는 또 다른 성격의 국제행사였다. 한마디로 고도의 압축된 도시 컨벤션 서비스가 필요한 행사였다.

도시경쟁력을 최근에는 국가경쟁력의 주요 핵심 지표로 본다. 그도 그럴 것이 도시경쟁력이 곧 지식서비스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도시의 인프라,시설 등의 하드웨어와 문화,커뮤니케이션 등의 소프트웨어가 조화를 이뤄 그 경쟁력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이런 원론적 관점에서 이번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담아낸 우리 서울의 역량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이를 계기로 해 국제 컨벤션 도시로서의 위상도 더욱 탄탄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래의 경쟁력을 염두에 두고 우리나라 도시경쟁력을 다시 보면,걱정되는 점을 떨칠 수 없다. 올해 엑스포를 치른 상하이의 변화는 소위 상전벽해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상하이의 금융 및 상업 허브이자 관광명소인 푸둥 경제특구는 이미 우리의 상상력을 넘어서고 있다. 중국의 광저우시는 세계의 화면 속에서 세계 최고 높이의 랜드마크 타워인 '광저우 타워'를 중심으로 도시의 새로운 스카이라인을 보여준다. 요코하마시는 바다를 매립해 만든 '미나토미라이21'을 중심으로 창조도시로서의 이미지를 한껏 뽐내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 서울은 뚜렷한 랜드마크가 없으며,도시의 경관을 조형미 있게 보여주는 스카이라인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물론 어제오늘의 지적은 아니지만 경쟁력을 갖출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다행히 서울 잠실에 123층짜리 제2롯데월드가 건축허가를 받아 2015년 완공을 목표로 건립된다는 소식이다.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서의 기능과 복합 시설로서 21세기 초고층 빌딩 브랜드화를 이룰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여기에 덧붙여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과 함께 지역특성화를 살릴 수 있는 클러스터 개념의 특구개발 계획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요즘 주목받는 개념 중의 하나가 관광업무특구(TBD)이다. TBD는 관광과 문화,그리고 업무 수요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공급능력을 갖춘 지역을 말한다. 이러한 융복합지역 개발을 통해 기능적 요소,경관적 요소,환경적 요소 등에서 비교우위를 점하고,미래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청계천에도 아쉬움이 있다. 이제 청계천 물 흐르기에 만족하는 수준을 넘어 주변 지역을 국제적 수준의 TBD로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도시재창조 프로젝트 등 계획과 청사진만을 보여줄 때가 아니라 이제는 실행할 때이다.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대규모 도시 개발에 대한 우려와 두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때를 활용하지 않으면 도시경쟁력을 키우고 경쟁국을 앞서갈 기회가 없다. 도시경쟁력은 도시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조화를 이뤄 고도의 지식서비스를 창출하는 기반이다. 국가 미래경쟁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연택 <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