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현대건설 M&A 두고 애널들 '우루루'…동네축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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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채권단이 비가격 요소를 운운하며 애널들의 뒷통수를 내려친 겁니다. 저희도 보기 좋게 당한 거에요."
여의도 증권업계가 총성없는 전쟁터다. 현대건설의 주가폭락이 시발점이다. 돈을 직접 굴리는 매니저들은 기업분석가인 애널리스트(애널)들에게 비난을 퍼붓고 있고, 애널들은 정책금융공사 등 채권단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겨냥하고 나섰다.
17일 현대건설 주가는 전날 '하한가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며 이틀째 폭삭 주저앚았다. 기관들은 계속 보유물량을 대거 매도, 실수한 애널들의 기업분석에 마치 '분풀이'하는 모양새다.
현대건설의 폭락세는 시장이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후유증이 더 컸다. 기업분석 임무를 맡은 애널들은 줄곧 현대건설 주가에 'M&A 프리미엄'을 붙여가며 '매수'할 것을 권해왔다. 물론 현대그룹이 아닌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의 새주인이 될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매니저들은 "애널들이 애초부터 대기업 M&A라는 큰 변수에 대해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따져 기업분석을 했어야 했다"며 "일방적으로 현대차그룹이 인수전에서 현대그룹을 이길 것으로 속단한 자세부터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대그룹이 M&A 승자가 될 것이란 반대의 경우에 대비해 균형잡힌 기업분석 자료를 내놨어야 했다는 얘기다.
매니저들은 "현대건설의 주가폭락은 애널을 비롯한 모든 시장참여자들에게 큰 상처를 준 것"이라며 "특히 시장에서 10년 이상 M&A 이슈를 경험해 본 시니어급 애널들까지도 미리 성급한 결론을 내려 아쉬움이 더 컸다"고 강조했다.
뒤늦게 '우루루' 몰리며 현대건설의 목표주가를 내려잡는 애널들을 보고 비아냥 거리는 목소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일부 애널이 현대건설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을 근거로 6만원 또는 5만5000원 밑에선 '적극매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결국 5만5000원이 될 때까지는 팔라는 말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보고서를 위한 보고서를 쓰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현대그룹이 인수할 경우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한 애널은 한 명도 없이 '매수'만 외쳐오다 우스운 꼴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널들은 그러나 이러한 매니저들의 거센 비난에 변명을 뒤로 미루고 다른 곳을 향해 불만을 쏟아냈다. 정책금융공사, 외환은행, 우리은행 등 현대건설 채권단이 그 표적이다.
애널들은 채권단의 '비가격적인 요소를 중요하게 평가할 것'이란 발언을 문제로 삼았다. 실제 채권단은 본입찰을 앞두고 '인수가격도 중요하지만 비가격적인 요소를 충분히 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한 건설담당 애널은 "채권단의 '비가격 요소' 발언 이후 시장에선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간 인수가격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봤고, 이는 현대그룹의 자금상황이 예상범위 안에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그런데 채권단이 비가격인 요소를 평가에 많이 반영하겠다고 말해 큰 혼란을 안겨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
여의도 증권업계가 총성없는 전쟁터다. 현대건설의 주가폭락이 시발점이다. 돈을 직접 굴리는 매니저들은 기업분석가인 애널리스트(애널)들에게 비난을 퍼붓고 있고, 애널들은 정책금융공사 등 채권단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겨냥하고 나섰다.
17일 현대건설 주가는 전날 '하한가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며 이틀째 폭삭 주저앚았다. 기관들은 계속 보유물량을 대거 매도, 실수한 애널들의 기업분석에 마치 '분풀이'하는 모양새다.
현대건설의 폭락세는 시장이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후유증이 더 컸다. 기업분석 임무를 맡은 애널들은 줄곧 현대건설 주가에 'M&A 프리미엄'을 붙여가며 '매수'할 것을 권해왔다. 물론 현대그룹이 아닌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의 새주인이 될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매니저들은 "애널들이 애초부터 대기업 M&A라는 큰 변수에 대해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따져 기업분석을 했어야 했다"며 "일방적으로 현대차그룹이 인수전에서 현대그룹을 이길 것으로 속단한 자세부터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대그룹이 M&A 승자가 될 것이란 반대의 경우에 대비해 균형잡힌 기업분석 자료를 내놨어야 했다는 얘기다.
매니저들은 "현대건설의 주가폭락은 애널을 비롯한 모든 시장참여자들에게 큰 상처를 준 것"이라며 "특히 시장에서 10년 이상 M&A 이슈를 경험해 본 시니어급 애널들까지도 미리 성급한 결론을 내려 아쉬움이 더 컸다"고 강조했다.
뒤늦게 '우루루' 몰리며 현대건설의 목표주가를 내려잡는 애널들을 보고 비아냥 거리는 목소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일부 애널이 현대건설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을 근거로 6만원 또는 5만5000원 밑에선 '적극매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결국 5만5000원이 될 때까지는 팔라는 말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보고서를 위한 보고서를 쓰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현대그룹이 인수할 경우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한 애널은 한 명도 없이 '매수'만 외쳐오다 우스운 꼴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널들은 그러나 이러한 매니저들의 거센 비난에 변명을 뒤로 미루고 다른 곳을 향해 불만을 쏟아냈다. 정책금융공사, 외환은행, 우리은행 등 현대건설 채권단이 그 표적이다.
애널들은 채권단의 '비가격적인 요소를 중요하게 평가할 것'이란 발언을 문제로 삼았다. 실제 채권단은 본입찰을 앞두고 '인수가격도 중요하지만 비가격적인 요소를 충분히 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한 건설담당 애널은 "채권단의 '비가격 요소' 발언 이후 시장에선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간 인수가격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봤고, 이는 현대그룹의 자금상황이 예상범위 안에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그런데 채권단이 비가격인 요소를 평가에 많이 반영하겠다고 말해 큰 혼란을 안겨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